사회 사회일반

[책과세상] '괴짜 근성'이 만들어낸 신화

■미래를 만든 긱스 / ■앤디 허츠펠드 지음, 인사이트 펴냄<br> 남들과 달라 이해 보이지만 일할때엔 모든 열정 쏟아부어…<br> 초창기 개발자들의 일화 소개

애플은 열정으로 똘똘뭉친‘괴짜들’ 사이에서 태어났다 1984년 4월 애플 Ⅱc 발표장에서 (왼쪽부터) 애플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 존 스컬리, 스티브 워즈니악. /사진제공=인사이트


1978년 1,295달러를 들여 구매한 애플 Ⅱ 마이크로컴퓨터는 한 사내의 인생을 바꾸었다. 틈만 나면 애플 컴퓨터를 끼고 살던 그는 급기야 대학원을 포기하고 1979년 애플 프로그래머로 일하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초창기 개인용 컴퓨터 매킨토시(Macintosh) 개발 멤버였던 앤디 허츠펠드. 허츠펠드는 79년 애플에 입사한 이후 81년 매킨토시 개발 팀에 들어가 84년 1월 매킨토시을 내놓고, 이듬해 공동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쫓겨나기까지 애플에서 벌어졌던 일화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초창기 애플의 직원들은 대부분 허츠펠드처럼 애플의 고객이기도 했다. 열렬히 애플을 사용하던 직원들이 애플 직원으로 변신한 것. 저자는 애플의 성과적 측면이나 스티브 잡스 개인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책들과 달리 초창기 개발자들 한 명 한 명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어떻게 오늘날 애플의 밑바탕을 이루게 했는 지 그 과정을 소개한다. 'Geek'은 흔히 겉으로는 이상해 보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몰두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책은'미래를 만든 긱스(Geeks)'라는 제목처럼 초창기 애플 직원들의 '괴짜'같은 측면이 자세히 드러나있다. 애플의 엔지니어로서 PC보드를 만들었던 버렐 스미스는 점심을 먹을 때도 '괴짜' 근성을 보였다. 그는 메뉴에 있는 음식을 항상 이리저리 섞어서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매번 다른 조합을 생각해냈다. 음료를 주문해도 음료가 칵테일인양 4분의3은 콜라, 4분의 1은 스프라이트를 섞는 식으로 비율을 달리하고, 피자 토핑을 셋으로 구분해 올려달라고 해 종업원을 난감하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피자 토핑이 구분된 피자가 등장한 것을 보면 스미스의 이런 성향이 '괴짜'로 치부할 필욘 없는 듯하다. 스티브 잡스의 괴짜 근성은 이렇듯 직원들의 괴짜 근성을 잘 이용하는 데 있었다. 그는 스미스가 파인애플 피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알고 파인애플 피자를 미끼로 삼아 일을 시켰다. 덕분에 잡스는 이틀을 기다려야 완성할 수 있다고 했던 PC보드를 당장 저녁까지 완성 시킬 수 있게 됐다. 저자는 잡스의 괴짜 근성이 훗날 애플의 강점이 된 디자인에서도 드러남을 보여준다. 그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PC 내부까지 아름다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훌륭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도 장식장 뒷면에 형편없는 나무를 쓰지 않아"라고 말했다. 책은 애플 초창기의 다양한 일화들을 통해 애플이 오늘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내 놓기까지에는 열정과 창의력, 그리고 '괴짜 근성'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사장되거나 어려운 컴퓨터 용어들이 많이 등장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들의 열정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없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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