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DDA협상 파도, 격랑으로 돌변

"풍운이 기(起)하는 듯, 홍수가 구(毆)하는듯, 뇌진(雷震)이 명(鳴)하는 듯, 조(潮)가 타(打)하는 듯, 화(火)가 분(焚)하는 듯" 서서히 밀려들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파도가 분수령인 12월 홍콩 각료회의를 70일 가량 앞두고 돌연 격랑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하순에 파리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연합(EU), 브라질, 인도의 '쿼드(4자)'회동에서 협상의 속도가 갑자기 탄력을 붙이고 있으며 10월부터는 모댈리티(세부원칙)의 윤곽이 나올지 모른다는 관측도 우세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과 23일 이틀동안 고위급과 각료들이 참여한 '쿼드 회동'에서는 농산물 협상과 비농산물시장접근(NAMA), 서비스 분야에서 절충이 이뤄졌다. 또 24일에는 호주가 참여하는 'FIPS(5대 이해당사국)' 회동이 개최됐으며 여기에 아르헨티나와 캐나다, 중국, 말레이시아, 스위스 등이 추가로 참여하는 '확대 FIPS' 회동이 이어졌다. 이들 협상에 한국측이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농산물 시장접근(관세감축) 분야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나왔기 때문. 이 때문에 한국을포함한 농산물순수입국 그룹(G10)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관세상한' 설정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이에 부정적이었던 EU가 수용적인 입장으로 전환한 것이 우려의 대상이다. EU측은 브라질과 인도를 위시한 유력수출개도국 그룹(G20)측이 요구한 대로 선진국에 대해서는 100%, 개도국에 대해서는 150%의 관세 상한을 설정하는데 동의했고미국은 75%의 관세 상한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 스위스 등 G10에 속해 있는 국가들은 수입관세가 100%를 넘는 품목들이 많다. 미국과 EU가 제시한 관세상한은 75-150% 범위여서 관세상한이 관철된다면 고관세품목의 세율을 관세상한선까지 대폭 끌어내려야 한다. 미국은 '쿼드' 회동에서 관세감축 공식과 관련해서도 감축구간을 0-20%, 20-40%,40-60%, 60% 이상 등 4개로 설정하고 구간별로 다른 감축률을 적용한다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EU의 제안은 감축구간을 4개로 나누는 것은 동일하지만 구간의 경계와 감축률은5-10% 사이 정도로 신축적으로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데서 미국과의 차이가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최상위 경계는 60%지만 EU측은 80-90%를 요구하고 있고 이 구간의 감축률도 미국은 80-90%, EU는 60%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최상위구간의 경계와 감축률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여기에 포함되는 품목이 많은 한국에 더욱더 불리하게 작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관세감축시 신축성을 부여하는 민감품목수에 대해서도 미국은 1%를 주장하고 있지만 EU측은 5%정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맞서 한국과 일본, 스위스 등 G10멤버들은 공조와 결속을 다짐하고 있으나 세불리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과 30일 G10멤버인 일본은 쿼드 멤버와 호주, 중국, 홍콩, 인도, 케냐, 말레이시아, 스위스 등 10여개국을 불러모아 협의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일본은 EU의 관세상한에 반대한다는 G10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G10은 물론 수입개도국 그룹(G33)과의 공조를 취해 대응한다는 전략을취하고 있다. 다만 농산물 개방에 대한 준비가 일본이나 스위스 등에 비해서는 소홀한 탓에 판세가 불리하게 기울게 될 경우에는 외로운 처지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오는 10일 미국 주도로 취리히에서 소규모 각료회의 개최가 예정돼 있고 12일 세계무역기구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또한차례의 각료급 회동도 추진되는 등분주한 움직임이 일고 있어 한국으로서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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