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건희 '창조 경영'] CIS의 선진시장 라트비아

■ <3부-1> 시장을 뒤쫓지 마라<br>전자매장마다 삼성·LG 독무대<br>유럽-러시아 잇는 새로운 시장 도약 기대<br>철저한 현지화전략으로 브랜드이미지 높여<br>러시아·CSI공략 위한 '테스트마켓' 역할 톡톡


최근 '떠오르는 별' 로 각광받고 있는 라트비아의 리가(Riga) 시내 중심가에는 삼성전자의 대형 광고판이 곳곳에 설치돼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조원국 <삼성전자 CIS총괄 전무>

‘Baltic is not small, but compact’ 삼성전자 발틱법인이 위치한 라트비아 리가 사무실에 걸려있는 표어다. 시장 규모는 러시아나 CIS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결코 시장의 질이 러시아나 CIS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발틱 3국은 삼성ㆍLG 등 국내 기업들에게 더 큰 시장인 러시아와 CIS 시장의 테스트 마켓의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어가 통용되는 옛 소비에트연방 국가 가운데 발틱 3국은 이미 선진시장의 위치에 있는 만큼 이곳에서 성공한 마케팅 모델은 성장시장인 러시아로 넘어가 벤치마킹 모델로 사용되고 있다. 조원국 삼성전자 CIS 총괄장(전무)은 “발틱 3국은 CIS총괄의 선진시장으로서 러시아 시장의 테스트 마켓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망 선점 통한 미개척시장 창출=발틱 3국에선 일본이 보이지 않는다. 삼성ㆍLG 등 국내 기업이 노키아 등 인근 국가의 글로벌 기업보차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시기부터 이 지역에 진출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며 창조경영을 실천한 결과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아르누보 양식의 옛 리가 중심지 곳곳에 삼성과 LG의 광고가 자리를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내 전자매장에는 삼성ㆍLG의 TVㆍ휴대폰이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99년부터 진출, 2003년부터는 매년 35% 이상의 고성장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인지도가 81.5%에 달하고 있다. 임수택 상무는 “발틱 3국은 잠재적 강소국”이라며 “내년에는 에스토니아에 영업거점을 확보하는 등 점진적으로 시장 접점을 확대해 나가 CIS내 벤치마킹 모델이 되겠다”고 말했다. 삼성에 비해 뒤늦게 진출한 LG전자도 지난 8월 법인설립 이후 시장 창출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형 휴대폰인 GSM모델의 판매강화는 물론 현지 유통망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 12월 폴란드 공장의 라인업이 완료되면 동유럽→발틱 3국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프리미엄 시장을 창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규성 LG전자 발틱법인장은 “전체 시장 규모의 20%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LCD TV,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리가 시내 최고의 명품 백화점인 갤러리아 3층 ‘더블 커피 타임’에는 아주 특별한 메뉴가 있다. ‘쇼콜라떼’라고 불리는 음료는 바로 LG전자의 초코렛폰이 만들어낸 커피. 메뉴판을 장식한 초코렛폰은 금발의 미녀들에게 딱 어울리는 장식품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갤러리아를 찾은 스웨덴경제대학 엘가(19)씨는 쵸코렛폰을 “휴대폰보다는 쥬얼리”라고 말한다. 삼성전자는 라트비아의 최고 인기종목인 아이스하키 후원등 스포츠마케팅으로 현지화에 성공했다. 지난 5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리가 세계 아이스하키 대회’ 전자부문 공식 후원하고 참석해 라트비아 국민들에게 삼성을 한층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발 더 나가 재정여건상 폐지 위기에 처했던 라트비아 국내 아이스하키 리그를 ‘삼성 프리미엄 리그’라는 명칭으로 후원해 삼성 브랜드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워나가고 있다. 이 밖에 리투아니아 농구리그 및 대표팀 후원, 발틱 태권도 선수권 대회 등을 지속적으로 후원하며 글로벌 브랜드들조차도 진입하기 힘든 벽을 만들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허브 발틱=취재진이 방문한 2006년 11월 하순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는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는 28~29일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이 열리는 리가 외곽은 기자가 찾은 지난 23일까지도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시내 대통령궁을 비롯해 곳곳에 걸린 라트비아 국기는 유라시아 대륙의 허브로 발돋움하는 발틱 3국의 현재의 모습이다. 발틱 3국은 이번 나토정상회담 개최를 기회로 EU와 미국을 동시에 껴안는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부시 미 대통령의 라트비아 방문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EU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 허브로서의 위치를 굳히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임수택 삼성전자 상무는 “나토 정상회담은 라트비아를 비롯한 발틱 3국이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새로운 시장으로 도약하는 또 하나의 발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원국 삼성전자 CIS총괄 전무
"시장 창출의 열쇠는 시장과 하나되는 것"
나눔경영 주력… 러 국민브랜드 선정돼 자부심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로 3시간30분. 현대사에서 잊혀졌던 유럽이 다가온다. '유럽의 배꼽'이라고 불리던 발트 3국의 중심 라트비아 리가 공항은 이틀 먼저 머물렀던 모스크바와는 공기부터 다르다. 무거운 하늘만큼 아직은 소비에트의 굳은 표정이 남아있던 모스크바와 달리 리가는 서유럽의 작은 도시 같은 분위기다. 공항을 나서며 보이는 '삼성' 네온싸인은 세계지도의 서북쪽 끝 도시 '리가'를 훨씬 가깝게 느끼게 한다. "발틱 3국을 비롯한 CIS내 삼성전자의 비전은 삼성브랜드를 누구나 갖고 싶어하고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조원국(사진) 삼성전자 CIS총괄장(전무). 그는 신흥시장의 수장답게 삼성전자 CIS총괄의 비전을 대뜸 이렇게 제시했다. 조 전무는 CIS내 시장 창출을 위해 브랜드 관리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고급 문화와 예술이 일상생활 속에서 대중과 가까이 밀착돼 있어 덜 먹고 덜 입더라도 공연예술을 감상하면서 행복을 느낀다"며 "CIS 총괄은 볼쇼이 극장 스폰서를 15년째 하고 있고, 삼성 톨스토이 문학상 제정 등 문화마케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실 모스크바 삼성전자 사무실에서도 조 전무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CIS내 관할 하고 있는 국가를 챙기기에도 눈코 뜰새가 없기 때문이다. 기자를 만난 날도 타슈켄트에서 돌아온지 몇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조 전무가 요즘 바짝 신경을 쏟는 것은 제품 마케팅보다 나눔경영이다. "심장병 어린이 구제 및 소외 아동 지원 등 창조적 나눔경영 등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러아 국민들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 전무는 "시장의 창출은 시장과 하나가 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1위 제품으로 인정받는다는 사실보다 러시아 국민들로부터 '국민 브랜드 (나로드나야 마르카)'로 선정됐다는 것에 더욱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한다. 조 전무는 7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관리에서 잔뼈가 긁은 인물. 지난 94년까지 삼성전자 종합기획실 관리부장을 지냈고 98년에는 국내판매사업부 경영지원팀장을 맡기도 했다. 2004년 국내영업본부 경영지원팀장을 마친후 첫 해외 부임지가 모스크바이다. 조 전무는 올해를 부임 CIS 총괄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기로 보고 있다. "올해 시스템을 재정비한다면 내년부터 CIS 지역은 삼성전자 창조경영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는 그의 말에는 몸으로 부대끼며 만들어낸 시장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 발틱 3국은…
국민소득 1만2,000~1만7,000弗
EU가입후 유럽 신흥시장 급부상
발트 3국(the Baltic states).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로 구성된 이 곳의 국토는 남북한 보다 약간 작지만, 인구는 5분의1 정도에 불과해 비교적 한산한 느낌을 받는다. 발트 3국은 지난 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2004년 EU에 가입하면서 유럽의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3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2,000~1만7,000달러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순. 특히 지난해 라트비아가 10.2%, 에스토니아가 9.8%, 리투아니아가 7.5%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발트의 호랑이'로 불리며 주변국들의 부러움을 샀다. 발트 3국 중 경제규모 1위인 에스토니아는 지난 8월 발표된 기업 자유지수 순위에서 아일랜드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 '기업들의 천국'으로 자리잡았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37위에 그쳤다. IT인프라도 뛰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들의 기술 테스트마켓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이외에도 라트비아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고성장하면서 유럽의 금융ㆍ물류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또한 폴란드, 벨로루시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리투아니아는 서유럽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부각되면서 '유럽의 공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발트 3국 북쪽에는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3개국이 발트해를 끼고 있고, 오른쪽에는 러시아가 자리잡고 있다. 남쪽으로는 벨로루시, 폴란드,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다.열강들의 가운데에 위치한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발트 3국의 역사는 그야말로'질곡의 역사'라 할 만하다. 18~19세기 러시아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발트 3국은 1차 세계대전 후 각각 독립국가를 선포하고 독일군과 러시아볼셰비키혁명군에 맞서 싸워 1920년 독립국가가 됐다. 하지만 1939년 나치ㆍ소련 밀약으로 소련군이 동폴란드와 발트 3국 군사기지를 침공, 1940년 점령당하면서 발트 3국은 병합되어 소련의 지배 하에 놓였다. 이후 소련이 와해되면서 1991년 9월6일 3국은 독립을 보장받았다. 냉전 당시 소련 지배는 불법이고 강제 병합이라고 주장하던 발트 3국은 2004년 3월 29일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 데 이어 2004년 5월 1일 유럽연합(EU) 정식 회원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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