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세계는 지금 자원패권시대]<3>국부가 이동한다

넘치는 오일머니 '글로벌시장 큰손'으로




[세계는 지금 자원패권시대]국부가 이동한다 넘치는 오일머니 '글로벌시장 큰손'으로 최수문 기자 chsm@sed.co.kr 관련기사 • 세계경제 옥죄는 고유가 사회갈등·政情불안 불러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질주하는 고유가 행진이 전세계 경제 지형도을 바꾸고 있다. 기름을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국부(國富)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오일머니가 쏟아지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산유국들은 넘쳐나는 자금을 어디에 쓸지 몰라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산유국의 국부펀드는 미국 등 선진국으로 흘러들어 이들 나라의 자산을 마구 사들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등 중동 도시들도 새로운 글로벌 경제ㆍ금융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1998년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했던 러시아와 수십년간 중진국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베네수엘라ㆍ브라질 등 남미 산유국들도 경제재건에 나서고 있다. 오일머니는 이슬람채권, 즉‘수쿠크(Sukuk)’ 등의 형태로 전세계에 유통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 그동안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주목받던 중국과 인도 등은 치솟는 유가 앞에서 당황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인플레이션 위협 앞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은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매출이 올해 6,5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보다 9% 증가한 수준이다. 내년에는 유가 상승세 지속과 생산량 증대로 올해보다 16% 늘어난 7,6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회원국별로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1,900억달러, 내년에는 이보다 12% 늘어난 2,130억달러의 오일머니를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올해 UAE 620억달러, 이란 560억달러, 나이지리아 550억달러, 쿠웨이트 540억달러, 알제리 500억달러, 이라크 360억달러 등의 고른 매출을 각각 올릴 것으로 보인다. OPEC은 하루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8,480만배럴의 원유 가운데 3,100만배럴 정도를 담당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4년간 지속된 고유가 행진으로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가 넘는 부가 해마다 산유국 쪽으로 재분배됐다”고 추정했다. 고유가로 신이 난 것은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동계올림픽 예정지인 자국 소치에 1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하면서 7월에 유치권을 따냈다.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쌈짓돈’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며 거의 파산 상태였던 러시아는 오일머니를 앞세워 세계 무대에서 큰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GDP 성장률이 지난해 6.3%에 이어 올해는 7.3%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 1조8,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 증가와 외국인직접투자(FDI) 확대로 보유외환도 급증, 9월 현재 4,250억달러에 이르렀다. 중국ㆍ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강경책을 쏟아내는 것도 석유를 가진 자신감에서 나온다. 최근 대규모 유전을 발견한 브라질이나 볼리비아ㆍ에콰도르 등도 독자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남미 12개국은 유럽연합(EU)과 비슷한 ‘남미연합(Unisur)’ 결성을 추진 중이다. 연합 결성의 가장 큰 목적은 통합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렇게 산유국에 모인 오일머니는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손이 되고 있다. UAE의 아부다비투자청 같은 현재 전세계 10대 국부펀드 중 4개가 OPEC 등 산유국 소속이다. 대표적 이슬람채권인 수쿠크는 2002년 6억달러로 발행을 시작한 이후 올 6월까지 총잔액(신규 및 만기연장) 규모가 822억달러로 늘어났다. 뉴욕타임스(NYT)는 “고유가를 바탕으로 중동 지역에 1조5,000억달러의 자금이 넘쳐나면서 씨티그룹이나 HSBC 같은 대형 금융기관은 물론 런던ㆍ홍콩 등 주요 금융중심지들도 모두 이슬람 금융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석유 수입국들은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고유가로 국부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늘었기 때문이다.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양민학살’로 지탄받는 미얀마나 수단 정권을 두둔하는 중국 등에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석유소비량은 지난해 7% 가까이 늘어 세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인도는 원유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원유 비축고도 없어 고유가 상황에 더욱 취약한 형편이다. 입력시간 : 2007/11/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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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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