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의 의혹 제기로 급속 확산된 `배아줄기 세포 가짜 의혹' 파문으로 국내 과학계가 그간 국제무대에서 확고히 다져온 위상이 벌써부터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과학계 모두 이번 논란이 국내 과학계 위상 추락과 신뢰 상실 등 적잖은후유증을 몰고 올 것으로 보고 향후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전공긍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 황우석 교수팀이 연구실 여성 연구원의 난증기증사실을 은폐함으로써 불거진 것처럼 `연구실 윤리'에 한층 높은 관심을 기울여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과학계 `위상 추락' 우려
최근의 사태로 국제과학계가 한국 과학자들을 보는 시각에 벌써부터 적잖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생명공학 분야에서 국내 연구팀의 과학적 위치는 2000년 이후 논문 편수와인용지수 등에서 승승장구해 왔지만 이번 파문으로 그 능력에 대한 총체적 위기를맞고 있다는 게 과학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 연구팀에 대한 국제 학술지들의 불이익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가톨릭의대 오일환 교수는 "미국에 있는 한인 원로과학자의 경우 황 교수의 `난자파동'이 있은 뒤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했던 외국의 연구팀이 공동저자에서 빠지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들었다"면서 "당시 그들이 이처럼 행동한 것은 황 교수에게가졌던 신뢰성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서울대 자연과학대의 한 교수도 "한 국제학술지에서는한국인 과학자들의 논문을 심사할 때 심사절차를 철저히 하라는 내부 지침이 내려왔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아직 피해가 구체적이진 않지만 이대로라면 국내 과학계는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국제학술지들이 국내 과학계에 대해 전반적인 의심을 눈초리를 두는 것은 국제 과학계에서 영향력이 큰 네이처지 등이 연일 황 교수팀의 윤리 논쟁을 계속특필하는 데다 일반 대중매체마저 이 같은 사실을 상세히 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네이처지에 논문을 투고한 뒤 심사를 받고 있다는 한 과학자는 "네이처의경우 사이언스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리뷰' 과정이 다소 엄격해졌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면서 "현재는 걱정스럽긴 하지만 논문은 정상적으로 게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재섭 카이스트 생명과학부 교수는 "외국에서 (황 교수팀과 관련된 의혹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물어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외국인 과학자 가운데) 아직`논문이 가짜'라는 식으로 단정하는 경우는 없지만 어찌 됐든 조만간 피해는 나타날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황교수-PD수첩 공방의 교훈과 과학계의 과제 과학계는 최근 `난자의혹'과 이어 불거진 `배아줄기세포 가짜'의혹을 계기로 뼈아픈 자성과 함께 전통적인 동정론, `내식구 감싸기' 등의 관행을 혁파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떠안게 됐다.
이번 사태가 황우석 교수팀의 여성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했고, 피츠버그대학 섀튼 교수가 `연구실 윤리문제'를 지적하며 결별을 선언하면서 확산되기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적인 전통과 가치관의 기준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안이한 생각이 최근의 엄청난 사태를 불렀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학계 관계자는 "당장 오는 16일 열리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윤리적측면의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과학계 스스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하는 국내 기준을 하루 빨리 `업그레이드' 시키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당장은 국제 과학계가 불안한 시선을 보낼지 모르지만 보다 엄격한 윤리기준을만들고 이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흔들리는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는 전문가의 연구성과를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가 갖춰져야 한다는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제기된 문제점은 해당 집단이 스스로알아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도와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