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재정정책 조화 필요하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의 역할에 대한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정부 여당은 보다 적극적인 재정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재정 지출을 더욱 늘릴 계획이고 이를 위해 세율 인상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반해 야당은 ‘작은 정부-큰 시장’을 기치로 감세 등을 통해 정부 지출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수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고 복지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다 더 우리 경제 현실에 적합한 재정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인식-정책수단 부조화 우선 양측 모두 경제 인식과 정책 수단이 부조화를 이루고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다. 재정정책은 수단별로 효과가 발생하는 데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경기 인식에 따라 정책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재정 확대정책은 효과가 단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의 골이 매우 깊어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경제 내 유효 수요를 빠른 시간 안에 증대시키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된다. 감세정책은 상대적으로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긴급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여야간 경기 인식과 정책 수단의 선택은 이와는 반대되는 조합을 이루고 있다. 여당 측은 현재의 경기 상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음에도 재정 지출 증대정책을 선호하고 야당은 국내 경제를 위기로 인식함에도 감세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정책을 결정하기 앞서 현실 경제 인식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재정 정책의 효과가 경제 계층별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정책의 ‘계층성’도 정책 선택의 중요한 변수인 데 이에 대한 배려가 없는 듯하다. 대개 재정 지출 증대는 경제 내의 저소득층에 보다 더 직접적인 혜택을 주고 감세정책은 한계 세율이 높은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정 지출은 시혜적이고 세율은 누진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정책 수단의 선택은 경기 상황, 그리고 경제 내 분배구조나 세원 비중, 그리고 소비 성향 등을 감안해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방향에서 결정해야 한다. 일단 갈수록 경영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세율 인하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 경기회복의 관건의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한시적이라도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기간을 더욱 연장하고 공제율을 높여주는 차별적 세율 인센티브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외환 위기 이후 저소득층이 증가하고 납세 의무자의 절반 정도만 세금을 내고 있고 고소득층의 소비 탄력성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감세정책의 경기활성화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약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 지출 증대나 감세정책 모두 재정 적자의 원인이 되는데 여야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갈수록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 부채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불필요한 지출 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경기활성화를 위한 생산적인 부문으로 정부 재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정부 자구 노력이 세율 인상에 앞서 우선돼야 할 것이다. 조합과 강약조절의 미학 기대 감세정책 역시 빈부격차 확대와 노령화 등으로 급속히 늘어나는 복지 재정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대안을 먼저 마련한 후 주장해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게 된다. 어느 특정 목표를 위해 정책의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그 내용과 대상이 무엇이든지간에 모두 정책의 대중 인기주의(포퓰리즘)라 할 수 있다. 주어진 국내 경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는 각 정책 수단별 혼합과 정책의 강약을 조절하는 정책 예술가적인 ‘정책 조합’과 ‘정책 조율’을 양측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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