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명절에 더 '안녕하지 못한' 택배기사들

안현덕 기자 <생활산업부> always@sed.co.kr



"명절에는 본사 직원들까지 지원을 나가도 일손이 부족합니다. 택배 단가가 낮아 벌이가 시원찮아지면서 택배기사 구하기도 점차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코앞으로 닥친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두고 만난 한 택배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실제 택배 서비스 지원을 나가 "하루만 일해봐도 왜 택배기사 일을 그만두려는 사람이 많은지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는 일이 고된 대표적인 직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인터넷부터 소셜커머스·모바일까지 비대면판매가 늘면서 택배 물량은 아침부터 밤늦도록 일해도 처리하지 못할 만큼 급증해 그렇잖아도 힘든데 택배기사를 하인 취급하듯 대하는 고객들이 많다. 명절 때만 되면 쏟아지는 물량에 끼니 거르기가 일쑤고 올해에는 새로운 도로명 주소까지 사용되면서 집 찾는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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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즐거운 명절에 택배기사들은 평상시보다 더 안녕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해도 소득이 시원찮다는 점은 택배기사들의 힘을 더욱 빠지게 한다. 전체 물량의 95%를 차지하는 기업 택배의 경우 지난 2000년 건당 평균 단가가 3,500원이었으나 제살깎기 경쟁으로 현재는 2,000원대로 오히려 낮아지다 보니 "택배 단가를 최소한 한 끼 식사비 정도까지는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택배 단가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무턱대고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다간 "물가 급등만 조장한다"는 뭇매만 맞을 수 있어서다. 택배업계는 온라인몰과 홈쇼핑 업체들의 마진 확보 전쟁에 휘둘려 너도나도 출혈경쟁에 나서며 가격을 내렸던 과거를 후회할 뿐 뾰족한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정상적 단가→택배기사 소득 제자리걸음→택배 서비스 질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대명제는 분명하지만 실제 앞장서서 총대를 메는 곳은 없다.

상황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택배기사들의 대거 이탈로 인해 서비스 질 저하 등 여파를 결국 소비자들이 감내해야 한다. 현재 단가를 유지해 서비스 저하로 비난받을지, 단가 인상과 함께 서비스 질을 높여 고객 사랑을 받을지 선택은 업계의 대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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