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KAL기 참사­사고원인과 드러난 문제점

◎착륙장치 고장·조종사 실수·기체결함 “블랙박스만 안다”/성수기 무리한운항으로 기체·조종사 “피로”/괌 공항 시설·관제인력 수준낮아 위험상존대한항공 801편 여객기 추락사고의 원인을 놓고 말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현지 공항당국과 대항항공측의 분석이 크게 엇갈린다. 괌 공항측은 조종사의 과실이나 기체결함 쪽에 더 큰 무게를 싣고 있는 반면 대한항공측은 악천후와 괌 공항의 착륙유도장치 고장 등에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그러나 미국NTSB(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공식 발표에 앞서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갖가지 문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고 원인을 둘러싼 분분한 의견과는 달리 전문가들이 대체로 시각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조종사 믿을만 했나 사고기는 조종사부터 불안을 안고 있었다. 공군소령으로 예편한 박용철 기장(44)은 87년 대한항공에 입사, 8천8백여시간의 비행경력을 갖고 있다. 대한항공 기장들의 평균인 1만5천여시간의 절반이다. 특히 괌은 그에게 낯선 곳이었다. 박기장은 91년 이전에 8차례나 있었으나 이후 최근까지 약 7년동안 괌 운항은 두번에 그쳤다. 박기장이 니미츠산의 지형을 착각해 고도를 낮추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무리한 운항과 증편이 잦다 대한항공은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운항횟수를 무리하게 늘렸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국제선을 1백30회 증편했다. 조종사들의 피로가 누적됐을 것이고 판단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고 비행기는 사고 이틀 전 서울과 제주 사이를 두번이나 오갔다. 그날 밤 다시 미국 앵커리지로 날아갔다가 5일 하오 2시30분 감포로 돌아왔다. 그리고도 쉴 틈이 없었다. 하오 4시 제주도를 갔다가 저녁때 귀경하고는 간단한 운항정비를 마친 뒤 1시간 30분도 채 되지 않은 하오 8시50분경 또다시 괌으로 떠났다. 한마디로 폭증하는 휴가철 항공 수요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운행했다는 얘기다. ◇괌공항에는 위험이 상존했다 아가냐공항은 안전착륙을 유도하는 관제장치인 글라이드 슬로프가 지난달 7일부터 고장나 있었다. 게다가 민간인 관제사가 항공 관제를 맡고 있어 사고 위험을 늘 안고 있다. 대한항공측은 착륙유도장치가 고장나는 바람에 조종사가 육안에 의존해 착륙하려다 참사를 빚었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이를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대한항공측이 이미 유도장치의 고장을 알고 있었고, 아시아나 262편은 사고 당일 대한항공보다 20분 늦게 똑같은 조건에서 아가냐공항에 무사히 착륙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가냐공항은 연간 6만4천여편의 비행기 이·착륙을 소화하는 태평양 지역의 항공교통 중심지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게 시설과 관제인력의 자질 면에서 사고의 위험을 늘 안고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항공기 점검은 완벽했나 사고기는 사고 당일 서울과 제주를 왕복 운항한 뒤 1시간여만에 괌으로 출발했다. 항공기는 기내청소와 기내식 준비 등에 최소한 30분이 걸린다. 여기에 기체이상 유무에 대한 점검과 출발상태 확인 점검에 1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이를 감안하면 사고기의 점검이 부실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특별취재반> ◎현장·유가족 등 스케치/현장찾은 유족 303명 기체 잔해보며 통곡/교민 40여명 자원봉사 나서 동포애 발휘/여행업계 애도의 뜻 모객행위 자제키로 ○…7일 새벽 괌에 도착한 유족 3백3명은 이날 상오 10시께(한국시간) 괌 정부당국이 마련한 버스편으로 현장에 도착, 처참하게 부서진채 계곡에 여기저기 흩어진 여객기의 잔해를 내려다보며 통곡. 이에 앞서 가족의 시신을 찾지 못한 유족 2백여명은 상오 8시께(한국시간) 괌 퍼시픽 스타호텔 2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분향. ○…괌 거주 교민들은 차량을 갖고 공항에 나와 일일이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등 뜨거운 동포애를 발휘. 괌에서 25년간 거주했다는 김정일씨(55)씨는 『괌에서 오래 살았어도 이런 슬픈 일은 처음』이라며 『먼길을 달려온 동포들에게 작은 온정이나마 느끼게 해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항공 관계자들은 사고기가 바닥을 쓸듯하며 언덕의 능선을 미끄러져 20여m 아래 낭떠러지로 곤두박질 친 현장을 보자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들. 아시아나항공의 부기장이라고 밝힌 한 남자는 『착륙유도 등이 빤히 보이는 곳에서 이렇게 사고가 난 상황이라면 엔진결함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대책본부는 사고 첫날인 6일 유가족들에 대한 대응이 미숙했다고 판단, 기존 대한항공훈련센터 교육부외 다른 부서 직원들까지 지원받아 탑승자 가족별 전담조를 편성하는 등 분주한 모습.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와 업계는 항공기 추락사고로 대형 참사가 발생한데 대해 애도의 뜻을 전하기 위해 7일 해외여행 모객광고를 자제키로. 한편 여행업계에는 사고여파로 해외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 코오롱여행사는 7일 출발 예정인 1개팀 16명의 괌 여행이 취소됐고 유럽등 타지역 여행도 보통 15명 정도로 구성된 그룹마다 2,3명씩 여행을 포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