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졌고 그만큼 가계부채의 위험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ㆍ4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보다 14조1,000억원(2.1%) 증가한 69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1ㆍ4분기 경기침체 여파로 5년9개월 만에 마이너스(-4조6,000억원)를 기록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서 1분기 만에 다시 플러스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7월 이후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가계신용 잔액은 이미 70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을 통계청이 추계한 올해 전체 가구 수(1,691만7,000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4,124만원씩 빚을 진 셈이다. 추계 인구 수(4,874만7,000명)로 나누면 1인당 빚은 1,431만원이 된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661조5,000억원과 신용카드 등으로 상품을 외상거래한 판매신용 36조2,000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13조8,000억원 늘어났는데 이중 7조1,000억원은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민주택기금과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대출금도 주택담보대출이 늘면서 2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 밖에 새마을금고와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이 2조9,000억원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290조원으로 7조1,000억원 늘어 1ㆍ4분기 증가폭(4조원)을 웃돌았다. 비수도권 역시 강원과 경남ㆍ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가계대출이 늘어 전분기 5,000억원 감소에서 1조1,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한편 판매신용 중에는 신용카드 부문이 9,000억원 늘어난 반면 할부금융 부문이 7,000억원 감소해 여신전문기관 전체로는 2,000억원 증가했다. 백화점과 자동차회사 등이 신용을 제공하는 판매회사 부문도 1,000억원 늘었다. 이상용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을 바탕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현재로서는 가계신용이 7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이 같은 증가세는 3ㆍ4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