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사장단 인사] "내부 다잡고 성장동력 찾자"… 검증된 인물 중심 인사폭 최소화

■ 올 재계 인사 흐름은

LG·코오롱·신세계그룹 등 큰 틀 흔드는 인사 안해

한화 금춘수 실장 재기용 등 구원투수로 올드보이 활용

현대차·SK·포스코 인사 앞둬 '조용한 인사' 계속될지 주목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에서 확인된 올해 재계 인사 흐름은 '안정 추구'로 요약된다. 환율·유가 등 외부 경영환경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조직이 동요하지 않도록 다잡으면서 바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포석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대체로 기업실적이 좋지 않아 내년에는 사업구조 재편 등 격변이 예상된다"며 "많은 기업들이 '내부 안정이 우선, 문책은 그 다음'이라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최소화해 조만간 단행될 임직원 및 사업 구조조정의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

◇검증된 인물로 안정 속 변화 추구=삼성의 1일 사장단 인사를 보면 변화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중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미래전략실의 경우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김종중 전략1팀장(사장) 등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이와 동시에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3톱'인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도 모두 유임됐다. 사장 승진 내정자도 3명으로 최소화해 지난 2008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그룹에 앞서 지난달 27일 인사를 단행했던 LG 역시 비슷한 선택을 내렸다. 조준호 ㈜LG 사장이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장에 선임되고 하현회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이 ㈜LG 사장으로 옮겨 가는 교차인사는 있었지만 큰 틀에서 판을 흔드는 인사는 없었다.

역시 최근 인사를 실시한 코오롱그룹 또한 계열사 대표 전원을 유임시키면서 조직안정에 방점을 찍었고 신세계그룹의 경우 비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젊은 대표이사를 대거 중용했으나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는 모두 자리를 지켰다.

◇구원투수로 나선 올드보이=경영 일선에서 물러섰던 '올드보이'에게 '구원투수'의 역할을 맡긴 것도 올해 재계 인사의 트렌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먼저 한화그룹은 지난 4월 한화차이나 고문으로 현장을 떠났던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사장)을 7개월 만에 다시 중용했다. 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금 실장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김 회장의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낳기도 했다. 그룹 내에서는 "금 실장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태양광·석유화학·방산 등 업무를 재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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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누적손실을 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8월 최길선 회장을 다시 불러들였다. 사장직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난 지 5년 만이다.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역임하다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온 권오갑 사장은 현재 그룹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최 회장은 조선영업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조선 전문가로 꼽힌다.

이밖에 국제유가 하락에 신음하고 있는 에쓰오일은 최근 인사에서 김동철 고문을 수석부사장으로 복귀시켰으며 태영건설 역시 2008년 이후 현장에서 손을 뗐던 이재규 사장을 다시 선임했다.

◇현대차·SK·포스코 인사 주목=재계 1위인 삼성그룹이 조용한 인사안을 내놓으면서 아직 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현대자동차그룹과 SK·포스코 인사 등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연중 수시로 인사를 단행하고 있어 정기 인사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인사 규모 역시 총 419명의 승진 인사가 있었던 지난해와 대동소이한 수준에서 진행될 예정이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다만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과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이 7·8월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재경 라인'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현대·기아차의 중장기 로드맵이 연비 향상과 친환경 라인업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어 연구개발(R&D) 인력의 중용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포스코는 오는 1월 초 인사를 앞두고 있다. 취임 2년차를 맞이한 권오준 회장의 자기 색깔 내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권 회장이 역점을 뒀던 포스코특수강·광양LNG터미널 등 자산매각 작업의 결과물이 아직까지는 신통치 않아 사내이사 중 1~2명은 옷을 벗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태원 회장이 공석인 SK그룹의 인사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계열사의 실적이 좋지 않아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삼성그룹이 안정을 택하면서 비슷한 수준의 인사 흐름을 보이지 않겠냐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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