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 칼럼] 노사관계의 새 지평을 열자

우리 노사관계에 새 지평이 열리는 듯하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해묵은 법제적 과제가 정리됐다. 전임자 급여의 노조 자체부담 원칙이 세워지고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이 정립됐다. 이에 이르는 동안 노사분규도 지난 2004년을 분수령으로 하여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립적 노사관계를 '선전'하던 불법파업 건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원칙에 입각한 상생협력의 노사관계를 향해 나아가는 조짐이다. 세계 유수의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은 여전히 한국 노사관계를 최하위 순위로 매김하고 있지만 그동안 힘겹게 이뤄진 우리 노사관계의 발전을 전면 부인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객관적인 개선과 발전에 비해 노사 당사자의 주관적 갈등의식이 여전히 우세를 점하고 있는 상태를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기술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보더라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나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는 노사 당사자의 '전략적' 평가에 영향을 받게 돼 있으며, 실증적인 연구결과에 의하면 객관적 갈등지표보다 주관적 갈등의식이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 지평이 활짝 열린 것은 아니다. 새로운 지평은 결국 새로운 지형에 의해 완성될 수밖에 없다. 노조 전임자 급여 문제만 하더라도 아직은 과도기에 처해 있는 상태다. 자주성 확립을 위해 노조는 노조간부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조합비를 조정함으로써 전임자급여의 자체부담 원칙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체 개혁 없이 전임자급여를 외부에 의존하거나 강제하는 방향으로 후퇴한다면 떠오르는 새 지평에서 멀어질 뿐이다. 하루빨리 과도기를 청산하고 완전전임자의 급여는 노조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부분전임자에 대해서만 근로시간면제를 적용하는 지형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사회적 합심이 요청된다. 복수노조 체제의 도입과 그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도 실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이다. 결사의 자유를 존중해 사용자는 노조설립에 대한 지배개입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노조는 자율결정을 통해 효과적인 교섭창구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노노 간 창구단일화를 위한 협력이 갈등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교섭력 약화는 물론이려니와 상생협력의 노사관계도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노조 간의 건전한 경쟁을 통한 분화와 통합의 변증법적 전개와 더불어 교섭질서의 확립은 우리 노사관계의 새 지평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노사관계의 객관적 갈등지표와 주관적 갈등의식 사이의 엄청난 괴리를 줄여나가는 일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적절한 대책을 통하여 노사관계의 새 지평을 활짝 열어 나가야 할 것이다. 객관적 갈등지표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관적 갈등의식이 여전히 높은 것은 노사 간은 물론 우리사회에 만연해온 상호불신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더욱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관계 3주체 모두가 단기적인 이해관계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노사의 시계(視界)는 이전보다 좁아지고 짧아졌다는 분석결과는 이에 대한 전망을 흐리게 하지만 조금만 더 넓게, 길게 보면 갈등의식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정치권이 주축이 된 '편 가르기' 식 행태도 갈등의식을 실제 이상으로 키워 온 책임이 작지 않다. 알맹이 없는 보수ㆍ진보 논쟁은 가히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의 편 가르기가 부메랑이 됐듯이 무늬만의 이념논쟁은 노사관계의 새 지평에 도달하기 전에 서로를 피폐화시킬 위험이 없지 않다. 특히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더욱 기승을 부릴 편 가르기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노사관계의 주체들이 보다 넓고 긴 안목으로 노사관계의 정도(正道)에 매진할 것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그럴 때만이 우리 노사관계의 새 지평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