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증시 왜 떠나나/스티브 마빈 쌍용증 이사(기고)

◎환율급등 심리적요인/수출활기 회복해야 외국인 투자유도 가능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는 단지 환율급등에 따른 환차손의 우려감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연이어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고 한국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조짐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요소는 수출이다. 2·4분기 국내 소비, 투자, 재고상황 등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성장의 원동력은 오직 수출이었다. 문제는 한국 수출이 아시아경제권에 의존하는 비율이 54%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경제 전체가 침체돼 있다는 것이다. 외국 투자가들은 아시아지역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단기투자 위주의 공격적인 헤지펀드들이 한국증시를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가들이 모두 한국증시를 일시에 빠져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연기금 펀드, 장기투자 위주의 뮤추얼 펀드들은 오히려 한국 주식가격이 하락해서 저가 메리트가 부각될 경우, 주요 매수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장기투자 외국인을 한국증시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펀더멘털이 회복돼야 한다.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상황에 비춰볼 때 원화환율 급등은 외국인 주식매도의 여러가지 요인중 하나에 불과하다. 최근의 원화환율 급등은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다. 5월부터 7월까지 한국은 국제수지에서 흑자를 나타냈고 원화가치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 기아사태 이후 한국 금융기관들의 신용도 하락, 일부 대기업들의 달러 가수요 등이 겹치면서 환율이 급등세를 나타낸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최근 엔·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엔화환율이 오르는 만큼 원화환율이 올라야 한국 기업이 수출에 유리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같은 생각이 환율상승을 억제하려는 한국정부 의지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 한도확대가 10월로 예정돼 있으나 상반기 한도확대시와 같은 투자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 올 4월까지는 엔화환율이 하락하고 국내 경제지표들도 호전되고 있었다. 반면 현재는 엔화환율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아시아경제 전망도 불투명하다. 한국경제의 각종 지표들도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의 7월중 도소매 판매증가율 향상이나 재고증가율 감소 등은 기아직후 3만여대의 기아자동차 재고품이 일시에 팔리면서 생긴 이례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기아사태에 따른 특수 상황을 제거하면 7월중 도소매 판매증가율은 4.9%에서 3.5%로 낮아지고 재고증가율도 여전히 10%를 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론적으로 아시아 경제가 호전되면서 한국의 수출경기가 활력을 되찾고 심리적 요인에 의한 원화환율 급등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한국 증시투자는 유보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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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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