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9월 11일] 세금-건강보험 '두 얼굴 정책'

얼마 전 정부가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며 소득ㆍ부동산 관련 세금 등을 깎아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거나 보장수준을 확대한다며 매년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있는 건강보험에 각종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보험료의 절반을 고용주가 부담하듯이 국고 등에서 지역가입자 보험재정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2~2006년에는 ‘건강보험공단이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 급여로 지급할 금액(예상액)의 50% 상당’, 지난해부터는 ‘직장ㆍ지역가입자 전체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일반회계 14%, 담배부담금 6%) 상당’을 지원한다. 다음해 지원액을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는 그 전년도에 결정하는데다 예산당국에서 다음해 건강보험 지출규모 등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산정하다 보니 2002년 이후 매년 국고지원금이 건강보험재정에서 건강보험급여로 실제 지출했거나, 실제 거둔 건강보험료 수입보다 3,000억~7,500억원가량씩 적었다. 국고지원액 부족분은 건강보험료율을 더 인상하거나 건강보험 보장수준을 높이는 속도를 늦추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던 차상위계층(국민기초생활보호 대상자의 바로 위층)에 대한 의료급여 부담을 건강보험재정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데 있다. 예산당국은 진료비 전액을 세금, 즉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에서 전액 지원하던 차상위계층 의료급여 1종(희귀ㆍ난치성 질환자) 대상자 2만2,000명가량에 대한 의료급여 중 상당 부분을 올해부터 건강보험재정에 떠넘겼다. 이들을 의료급여에서 건강보험 대상으로 돌리면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입원 20%, 외래 30~50%)만 세금으로 지원하고 그 나머지는 건강보험재정에서 부담하도록 한 것. 이 조치로 건강보험재정은 올해 2,000억원가량의 보험료 수입을 축내게 됐다. 예산당국은 한술 더 떠 내년에는 차상위계층 의료급여 2종(만성질환자+미성년자) 대상자에 대한 지원액 중 6,000억여원을 건강보험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인구의 3.7% 수준인 의료급여 대상자를 절대빈곤층인 7%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과도 배치된다. 또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자의 40%에 이르는 80만여명은 사실상 보험료를 낼 수 없을 정도로 한계상황에 몰려 있는 빈곤층이므로 의료급여 대상에 포함해 세금으로 진료비를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편에서는 세금을 깎아주고 다른 한편에서는 건강보험료 인상 부담을 가중하는 정부의 ‘두 얼굴 정책’은 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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