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철새의 계절 다시 돌아오나

"연말 대선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가 철새 도래지가 됐다" 무소속 한승수 의원에 이어 전용학 민주당 의원, 이완구 자민련 의원이 지난 14일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비꼬아 하는 말이다. 이들의 선택은 자신들의 정치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지역민심에 따라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단"이라는 입당 변(辯)을 존중하고 싶다. 그러나 지역구를 가진 선출직 의원은 총선을 통해 주민들의 평가로 소위 금배지를 단 만큼 명확한 원칙과 신념ㆍ노선에 따라 4년의 임기 동안 주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한 후 다음 총선에서 주민들의 심판받는 것이 정치순리다. 따라서 의원들이 4년의 임기를 채우지 않고 원칙과 신념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당적을 바꾸는 것은 정치순리를 거역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세 의원들의 한나라당행(行)에 대해 정치권에서 배신ㆍ변절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한 의원은 현 국민의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과 국제연합(UN)총회 의장을 지냈고 전 의원과 이 의원은 민주당ㆍ자민련 공동여당 시절 각각 민주당 대변인과 자민련 사무총장 등 고위당직을 지냈기 때문이다. 이들의 처신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고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 대선을 앞두고 "양지만을 좇는다"는 지적의 빌미가 되고 지역민심을 들먹인 것은 "지역주민과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소속 정당의 문제로 탈당의 필요성이 생겼다면 다음 정권에서 거취를 결정하든지 소속정당에서 탈당해 오는 2004년 치러지는 17대 총선까지 무소속으로 남는 것이 옳다. 전ㆍ이 의원은 당적변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각각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낮은 지지율 및 당내 분란과 대선후보를 내세우지 못한 자민련의 속사정 등 이전 소속정당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인기가 없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정에 분란이 많다는 이유로 가족의 울타리를 뛰쳐나가 호적을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철새 정치인들의 국민들의 심판으로 도태되지 않고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정치풍토가 안타깝고 서글프다. 구동본<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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