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눈 가리고 아웅' 성매매 통계


숫자만큼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 중요한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수치가 강렬한 조미료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문장에서 숫자는 악센트 역할을 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말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2013 성매매 실태조사' 자료도 수많은 숫자를 나열하며 말하고 있다. '성매매 방지 정책 10년'의 성과로 지난 2013년 기준 성매매 업소와 종사 여성 수가 10년 전보다 모두 감소했고 성매매의 불법성에 대한 국민 인식 수준도 크게 향상됐다는 것을. 그런데 조사 방식을 살펴보면 숫자로 특정 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만큼 수치 집계가 정확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여가부는 성매매 업소를 '성매매가 1차 목적'인 유리방이나 여관·여인숙, 쪽방·판자촌 등 6개 유형으로 한정하고 룸살롱이나 귀 청소방, 마사지방, 전화방 같은 신·변종 음란시설은 제외했다. '이들 업소는 1차 목적인 성매매가 아니라 통계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누구나 알듯 성매매 방지 정책이 시행되면서 성매매 집결지에 있던 업소들은 다양한 형태의 간판을 달고 곳곳으로 흩어졌다. 풍선효과로 파생(?)된, 그래서 더 중요한 사각지대는 실태조사에서 아예 배제된 셈이다. 물론 10년간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과 의식 수준 향상으로 성매매 업소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성매매 업소만 통계를 잡아 '40% 넘게 감소했다'고 발표하는 것은 신뢰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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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방지 정책은 '인식 개선'만으로도 분명 의미 있다. 성인 남성(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성매매의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2009년 69.8%에서 2013년 93.1%로 크게 늘었다. 인식 개선이 큰 성과라면 앞으로의 과제는 현실을 반영한 실태 파악이다. '매년 이런 유형·방법으로 조사를 해왔다'는 단서 대신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을 통계로 끌어들일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숫자만큼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도 없지만 통계만큼 다양한 해석과 오류를 내포하고 있는 것도 없다. 숫자를 모아 문장의 악센트를 만드는 과정이 정확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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