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야”

경영난과 기업 스캔들 등으로 고초를 겪은 미국 중견 기업들 사이에 최근 퇴직한 `올드 CEO` 재영입 바람이 불고 있다. 회사가 어려울 때일수록 연륜과 노하우로 무장한 전직 최고경영자(CEO)를 영입, 우선 회사를 안정 궤도에 돌려놓자는 취지에서다. 특히 올드 CEO들은 특정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가 검증돼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3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 따르면 최근 인사스캔들로 CEO를 전격 교체한 보잉을 비롯 델타 등 대형 항공사와 코닝ㆍ헬쓰사우스ㆍ루슨트 등 중견 기업들 사이에 이 같은 올드 CEO 영입 붐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보잉사는 2일 해임한 필 콘디트(62)의 후임 CEO인 해리 스톤사이퍼 첫번째)의 영입을 위해 65세 이사 정년 규정을 폐지하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경쟁사인 맥도널 더글러스의 CEO였던 스톤사이퍼 신임 CEO는 97년 맥도널 더글라스가 보잉에 합병될 당시 보잉에 합류, 지난해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퇴직한 인물. 그는 재직시 비용절감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직원들의 지탄과 주주들의 강력한 지지를 동시에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델타항공도 지난해 회사를 떠났던 게랄드 그린슈타인 두번째)을 내년 1월 정식 임명할 신임 CEO로 재발탁했다. 그린슈타인은 87년 델타에 합병되기 전 적자에 허덕이던 웨스턴 항공을 흑자 전환시키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한 인물로 워싱턴 정가에도 깊숙이 손이 닿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올드 CEO의 컴백은 내부 승진에서 제외된 이른바 사내 `넘버2`와의 불화를 야기하는 등 예상치 않았던 부작용도 따르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 그린슈타인의 재영입은 결국 델타 사내에서 그동안 후계자로 자타가 공인해온 현 COO인 프레드 라이드(53)에게 이사회가 불신임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지난 96년 코닝의 CEO로 사임했다 지난해 4월 다시 CEO로 복귀한 제임스 휴톤(67)의 경우 한창 때와 같은 왕성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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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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