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 중남미 달러 통용제 인정

알래스카에서 칠레까지 미국 달러를 단일 화폐로 사용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미국은 22일 중남미 국가들이 달러를 공용 화폐로 채택할 경우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경제학자·컬럼니스트·은행가들 사이에 달러통용제(DOLLARIZATION)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은 22일 상원 금융소위에서 『다른 나라가 달러를 통용 화폐로 채택하는 것은 미국과 그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달러 통용에 관해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서머스 부장관의 의견과 같은 의견임을 밝혔다. 연초 아르헨티나가 달러 통용제 채택을 제의한 이래,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공식적으로 답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달러통용제의 발단은 아르헨티나였다.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지난 1월 이웃 나라인 브라질이 레알화를 절하하자, 현지 통화인 페소화를 폐기하고, 달러를 통용시킬 것을 검토, 미 재무부와 협의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에선 현재 가을 대선을 앞두고 달러 통용 논의가 잠잠해졌지만, 오히려 미국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미 최대 은행인 시티그룹의 존 리드 회장은 이달초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이 유럽 공동 화폐 탄생후 경제안정을 달성하고 있다』며 멕시코에 달러를 통용할 것을 제안했다. 하버드대의 로버트 배로 교수는 월 스트리트 저널 기고를 통해 유로화와 경쟁하기 위해 남북 아메리카 전체를 달러 권역으로 묶는 논의를 미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지의 컬럼니스트 조셉 웨버씨도 북미 자유무역기구(NAFTA) 가입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달러 통용을 제의했다. 올들어 남북 아메리카를 달러 권역화하자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달러에 경쟁하는 유럽 공동 통화가 탄생했고, 둘째 95년 멕시코 페소 위기, 올초 브라질 레알화 절하 등을 볼 때 미국 경제의 뒷마당인 중남미 경제가 주기적으로 동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미 대륙은 이미 어느 정도 달러화가 진행되어 왔다. 파나마는 오래 전부터 달러를 자국 화폐로 사용해 왔다. 캐나다 펄프·볼리비아 원유 등의 결제가 달러로 이뤄져왔고, 두 대륙의 소매점 등에 달러가 사실상 유통되고 있다. 유럽 단일통화는 11개국이 동등 조건으로 참여했지만, 중남미 달러 권역화는 달러의 지배력 확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 또 유로화는 회원국 대표가 참여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관리하지만, 달러 통용제는 수용국이 통화 주권을 FRB에 내주어야 하는 종속 관계다. 미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달러를 자국 화폐로 사용하겠다는 나라에 대해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강요하지는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은 이런 차이 때문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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