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의 영웅'과 '독재자'로 평가가 엇갈리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최근 사망했다. 극빈을 없앤 지도자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국민을 보고 있자니 1960년대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손을 잡고 목놓아 울던 파독 광부, 간호사들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1970년대 태생으로 민주화의 수혜를 십분 받고 자란 기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나라를 구휼한 시대적 지도자라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은 석학들이 극빈국 탈출의 조건으로 꼽는 '당대 최첨단산업 육성'을 유일무이하게 이뤄냈고 가난보다 무서운 패배의식을 벗어던지기 위한 정신 계몽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박 전 대통령 집권기를 거쳐 한국은 빈곤한 후진국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자는 가난을 벗어난 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되는 발판은 '민주화'에 있다고 믿는다.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자발적인 지지와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는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가난을 벗은 국민이 원하는 합의는 전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문턱을 넘기 위해선 '소통'이 필수다.
실제 베네수엘라에서도 빈곤에서 벗어난 민중은 2007년 대통령 '종신제'를 꾀한 차베스 전 대통령이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매몰차게 그를 배척했다.
한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장이 오는 것이 역사의 궤도이자 순리인 것 같다. 그렇기에 공은 공이고 과는 과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책장을 못 넘기고 과거에 얽매인다면 소통은 끊긴 채 일방통행의 폐해만 양산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주가 지났다. 공과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무엇을 이야기하기에도 너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살아온 과정조차 지극히 구시대적인 인물들에 대한 인선이 잇따르면서 소통의 문을 닫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귀를 막고 폭 좁은 인선을 되풀이한 정권이나 귀를 막고 반대만을 외치는 야권이나 마찬가지다.
모두가 일방통행만을 고집하는 지금 가장 적절한 해법도 역사에서 찾아야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시작을 열기에 박 대통령은 눈물겹거나 아프게도, 가장 적임자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