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8월 14일] 대학생보다 못한 국회의원

대학 4학년인 박민식(가명)씨는 여자친구와 데이트 하던 중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고 곧장 학교로 뛰어간 뒤 자정까지 남아 있어야 했다. 그가 회장인 학회의 돈 씀씀이를 학회원들이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학회가 쓴 예산은 모두 500만원. 여기에 학생들이 낸 돈은 한 푼도 없다. 전부 한 대기업에서 지원받은 돈이다. 어른들은 20대 초반의 학생들이 자기 돈 아니라고 헤프게 쓰지는 않을까 걱정할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은 회계책임자의 장부를 뜯어보며 MT나 토론회에서 돈을 남용한 사례를 꼼꼼히 찾아냈다.

이 즈음의 국회 역시 결산의 계절이다. 누구의 돈도 아니지만 모두의 돈이라고 할 만한 예산 292조8,000억원을 어떻게 썼는지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평소에도 국회의원들은 '이미 돈을 써버렸으니 되돌릴 수 없다'는 이유로 결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물며 올해는 같은 시기에 잡힌 인사청문회로 결산자료집을 들춰보는 의원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대학생도 알고 있는 결산의 중요성을 국회의원이 모를 리는 없다. 여야의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등은 늘 결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똑똑한데다 보좌진과 국회 예산정책처 등이 분석을 돕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당장 예정처는 올해 결산자료에서 고용유지를 위해 책정한 1,578억원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는 점을 밝혔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정부를 추궁하고 계속 눈여겨봐야 다음해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7월은 당내ㆍ외 선거로, 8월은 외유로 바빴던 국회의원들이 이번에는 청문회로 이목을 집중한다. 언론이 주목하는 청문회에서 튀어야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의원에게 명성을 떨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4년 내내 예산과 결산을 파헤치는 의원이 되는 것이다. 물론 당장은 청문회장에서 소리치는 의원보다 주목 받기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입장에서 시행할 때는 떠들썩한 친서민정책이 왜 나한테는 보조금 한 푼도 오지 않는지 짚어주는 의원의 이름은 누구보다 기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