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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개발 디폴트] 코레일, 정상화·청산 카드 병행… 이달 말이 사실상 데드라인

■ 어떻게 되나<br>민간출자사 동의·청산 선택만 남아<br>정부 "사업 개입 불가" 천명했지만 정치적 부담 만만찮아 개입 가능성도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해 파산 위기에 몰린 가운데 13일 한 시민이 서울 광화문 드림허브 본사에 설치된 용산개발 건축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김동호기자


위태롭던 용산개발사업이 결국 좌초됐다. 첨예하게 대립된 출자사들 간의 이해관계가 끝내 해소되지 못한 채 31조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은 단 52억원의 이자 때문에 망가졌다.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원금 만기가 돌아오는 6월까지 최장 3개월의 시간은 남아 있어 사업의 시행을 맡은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회사(PFV)가 당장 최종 부도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채무불이행(디폴트) 이후 용산개발사업은 더욱 험난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 상태여서 정상적인 사업활동을 할 수 없는데다 출자사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상황에서 최종 부도 시한까지 사업 정상화 방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출자사의 한 관계자는 "당장 사업이 백지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에 쫓기며 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청산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청산하지는 않을 것…데드라인은 이달 말=디폴트 상태가 됐다고 해서 당장 드림허브가 사업 청산절차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문제가 된 ABCP 발행 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도 원금 만기인 6월까지는 부도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地主)이면서 지분 25%로 드림허브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코레일 역시 당장 청산절차를 밟지는 않을 방침이다. 우선 디폴트 상황에서 사업 정상화 방안을 민간 출자사들에 제안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 정상화 방안이 이달 안에 결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청산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레일은 랜드마크 빌딩 매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이 좌초됐을 경우에 대비해 서울보증보험에 2,400억원의 사업이행보증보험을 들었다. 공정이 30% 이상 진행됐을 경우에는 이 돈을 받을 수 없지만 그 이전에 사업이 잘못되면 보험료를 받을 수가 있다. 이 돈을 받으려면 코레일이 4월 말까지 사업을 청산해 토지대금을 반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업 정상화를 위해 남아 있는 데드라인은 길어야 이달 말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레일 조만간 정상화 방안 제안…청산준비도 병행=결국 보름 정도의 기간에 사업 정상화 방안을 찾는 것이 용산개발사업을 좌초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말이 협의지 민간 출자사의 선택은 제한적이다. 코레일이 내놓은 방안에 동의하든지, 아니면 사업 청산을 결의하는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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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출자사들의 추가 자금투입 여력이 없다는 것을 코레일도 알고 있는 만큼 민간 투자자들의 부담을 재차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신 민간 출자사들과 사업협약을 새로 맺고 주도권을 확보한 후 코레일이 독자적인 자금지원을 하겠다는 방안을 제출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제안 내용과 비슷하지만 자금지원 방안은 다소 다를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주 중에는 정상화 방안을 만들어 민간 출자사들에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코레일은 청산을 위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13일 코레일 관계자는 국토해양부에 용산개발사업 현안 보고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코레일은 2조7,000억원에 달하는 토지대금 반환을 위해 정부의 출자전환과 공사채 발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소송전 예고…치열한 책임 공방=사업이 청산될 경우 코레일을 비롯한 각 출자사들의 손해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금 1조원은 물론 4,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전환채(CB)도 휴지조각이 된다. 특히 2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자사 자본금의 30배가 넘는 1,700억여원을 용산개발사업에 쏟아부은 만큼 기업의 생존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코레일 역시 자본금과 CB 참여금액은 물론 랜드마크 빌딩 1차 계약금 4,161억원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각 출자사들은 자신들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규모 소송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 좌초의 책임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민간 출자사들은 코레일의 갑작스런 사업변경을 귀책 사유로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레일은 지난해 정창영 코레일 사장이 취임한 후 허준영 전 사장이 드림허브와 맺은 2차 사업협약이 코레일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사업계획 변경을 요구해왔다.

코레일은 역으로 민간 출자사들에 자금조달 실패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민간 출자사들이 수권자본금 증액 등 자본확충의 기회를 번번이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의 개입 여부도 주목된다. 국토부는 여전히 개입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산개발사업의 규모는 물론이고 새 정부가 져야 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정부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만큼 이대로 놓아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그 시기는 청산이 진행된 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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