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WTO, 변화가 필요하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한을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한 것으로 간주, 미국을 비롯한 농산물 가공업체들이 포진한 국가들의 요구대로 EU의 GMO 규제를 철폐하라고 결정했다. WTO가 GMO 관련 판결을 내릴 때 유럽인들의 밥상 안전보다 자유무역 정신을 주창하는 재판관들의 판단을 더 존중한 것이다. 일부 환경주의자들은 이번 판결이 WTO 자체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이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WTO에 대해 왜 그런 비판이 나오는 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GMO 문제가 WTO에서 다뤄진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다. EU는 GMO 수입을 사실상 금지했고, 일부 EU국들은 승인받은 제품에 대해서도 유입을 금지하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런 문제는 협상을 통해 풀었어야 했다. 그러나 소송까지 진행된 상황에서는 WTO가 판결을 내릴 권리를 가지고 있다. WTO 재판관은 GMO의 안정성 문제는 도외시하고 EU가 합리적인 규제 절차를 밟았는지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췄다. WTO 재판관의 전문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WTO는 특정 사안에 대한 전문가나 변호사가 아닌 통상 관료들을 중심으로 재판관을 구성한다. 물론 WTO 재판관들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지만 그것은 제한적인 조언에 그칠 뿐이다. 또 WTO가 최근 들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WTO를 탄생시킨 도하라운드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WTO의 권력은 더욱 정당성을 잃고 있다. 국가간 경제 분쟁에서 결정적인 해결사 역할을 하는 WTO의 재판관들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생업을 병행하고, 모든 결정이 비밀리에 이뤄지는 것도 WTO의 권위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WTO가 그 판결에 권위를 세우고 싶다면 조직을 현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판결 이전에 재판관들이 공개 토론을 진행하거나 소송 관련국들에게 재판 진행 상황을 체계적으로 공지하는 등의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 WTO가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권위를 가지고 싶다면 변해야 한다. WTO는 GMO 판결과 관련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판결이 내려진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의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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