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중위연령은 1990년에 27세였지만 2010년 38세가 됐고 2014년에 40세, 2034년이면 50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국가였던 한국은 빠르게 장년, 고령국가로 옮겨가고 있다. 노동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에 따르면 2000년에 55세 이상 노동력인구 비중이 14.8%에 불과했지만 2015년 24.0%, 2030년 35.5%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대로 30세 미만의 청년 비중은 2000년 24.0%에서 2015년 15.5%, 2030년 11.6%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작업환경·인사관리 개선해 효율 제고를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차적으로 고령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이러한 문제의식에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면서 지난 4월 60세 정년연장 법제화가 이뤄졌다.
문제는 노동력의 고령화 대응책에서 노동시장의 활력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모든 노동력이 질적으로 동일하다면 고용률을 높이고 고용기간을 늘려 총노동공급량을 유지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근로자의 생산성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역U자형의 모양을 띤다고 알려져 있다. 일정 연령까지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성이 상승하지만 그 이후 생산성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생산성의 피크시점(연령)은 구체적인 업종·직종에 따라 매우 상이할 수 있는데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연구들에서는 대체로 30∼40대에 피크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물론 정신노동을 하는 근로자는 피크시점이 이보다 늦을 수는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노동력 구조가 고령화됐을 때 경제 전반에서 생산성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개별 기업에서도 고령화는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기업들이 연공임금체계를 취하고 있는 경우 근로자의 퇴직시점이 늦어지면 그에 따라 근로자 1인당 노동비용이 증가하고 임금과 생산성 간의 괴리가 증폭될 가능성이 커진다. 더욱이 연공서열적 인사관리시스템이 유지된다면 기업의 의사결정이 변화에 둔감하고 보수화되는 경향도 나타날 것이다. 1990년대 말 일본의 닛산자동차를 인수한 르노 경연진이 닛산의 느린 의사결정에 혀를 내둘렀다는 일화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고령화로 근로자 생산성 저하
청장년층 노동력이 풍부하게 공급됐던 지난 시기와는 달리 향후에는 중고령 노동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선진국들에서는 기업의 연령관리(age management)를 매우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다. 최근 연구들에서는 고령자 친화적인 작업환경이나 근무시스템을 만듦으로써 고령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합리적 수준의 임금조정을 통해 정년연장이 양질의 청년고용 기회를 몰아내지 않도록 하고 능력과 상관없는 연공서열적 인사관리시스템을 능력·성과 중심의 인사관리시스템으로 개편해 조직의 노후화를 방지해야 할 것이다.
노동력 고령화를 피할 수 없다면 그에 합당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 정책도 노동투입의 양적 확대에만 머물지 말고 노동력의 질적 제고를 통해 경제 활력을 유지하는 데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