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WMD 못찾을수도” 꼬리내린 럼스펠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17일 미군이 이라크내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군이 전쟁 명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날 장병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라크에서의 생화학무기 수색작업은 이라크인들이 무기 은닉 장소로 직접 안내해 주기 전에는 성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이라크에 WMD가 분명히 존재하며 미국은 곧 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했던 당초 입장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미국은 최근 “이라크내 생화학무기가 시리아로 옮겨졌다” “폭격으로 모든 것이 사라져 (WMD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자주했다. 이라크에서 WMD를 찾아내지 못했을 경우에 대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럼스펠드 장관의 이날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전쟁에서 압승한 미국은 이라크 WMD 수색작업에서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전이후 인적 물적 자원을 엄청나게 투입한 미군은 여러 차례 화학무기 의심 물질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으나 확인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전쟁 시작전인 2월5일 파월 국무장관이 유엔에 제시한 이라크의 결의안 위반 사례 및 증거마저 상당수 허위 또는 잘못된 정보를 기초로 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곤경에 처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곧 민간 전문가 1,000여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사찰팀을 이라크에 투입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상태이다. 그러나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은 “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전문가들이 사찰작업을 재개해야 한다”며 강력히 제동을 걸고 나섰다. 럼스펠드 장관이 언급했듯이 미국이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WMD에 대한 이라크인의 제보이다. 미국은 최근 투항한 핵무기프로그램 전문가인 자파르 알-자페르와 아메르 알-사디 등의 진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세균박사로 알려진 리하브 타하 등의 체포에도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전쟁 명분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날 럼스펠드의 발언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두루뭉실하게 넘길 수 있다는 미국의 판단을 시사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에서 WMD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면 역사는 이라크전을 `불법 침공`이라고 기록하고,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다. <김철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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