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7월 30일] 네이멍구의 아이러니

오영호(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중국에서도 일망무제의 초원과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들에 더해 세계 문화 유산인 윈강석굴, 몽골의 전통가옥 게르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곳이 네이멍구자치구 지역이다. 물론 몽골 말과 양고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둘은 최고의 기동력과 지구력ㆍ장기보관이 가능한 전투식량을 제공하면서 칭기즈칸이 알렉산더와 나폴레옹ㆍ히틀러가 차지한 땅보다 더 넓은 영토를 정복하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몽골의 상징처럼 돼 있는 몽골 말과 양이 중국의 골칫거리로 등장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 풀뿌리까지 뜯어먹는 왕성한 식욕을 보이면서 몽골초원을 초토화하고 있기 때문인데 급기야 중국 정부는 이들의 개체 수를 제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만큼 네이멍구자치구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막화와 환경훼손은 중국이 당면한 중대 현안이다. 중국 정부는 대신 이 지역의 지리적ㆍ기후적 이점을 살려 풍력발전소 건설 같은 신 에너지원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서북부 고비사막을 거점으로 추진되고 있는 신 에너지원 개발계획에는 네이멍구자치구도 포함돼 있는데 사업이 마무리되는 오는 2020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풍력발전량을 보유하게 된다. 네이멍구자치구가 새 에너지원 개발에 적극 나서는 데는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도 포함돼 있다. 중국이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가’로 지목된 만큼 풍력발전 개발로 환경보존과 경제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국내의 환경관련 기업들은 네이멍구자치구 진출을 검토해봄 직한데 유념해야 할 것은 장기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연안 지역에 비해 여전히 소득수준이 낮고 환경산업 특성상 대규모 자금이 장기에 걸쳐 투자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네이멍구자치구와 인근 지역에서 회자되는 속담 가운데 ‘아침에는 모피 옷을, 점심 때는 얇은 옷을 입지만 밤에는 화로 옆에 앉아 수박을 먹는다(早穿皮袄午穿纱, 抱着火炉吃西瓜)’는 게 있다. 지역의 일교차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겠지만 이곳에 진출하려는 기업이라면 많은 준비와 인내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들린다. 사막에 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우호ㆍ교류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단기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신뢰를 쌓아간다면 한국의 이미지도 높아질뿐더러 세계 최대의 환경시장에 한발 앞서 진출하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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