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高유가, 쉽게 안꺼질듯

내면적인 가격상등 요인 많아 국내 주식시장 악영향 불가피 국제 유가가 30달러를 넘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유가상승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인데 대부분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라는 정치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73년 제 1차 석유 파동 때 배럴당 4달러였던 유가가 4배나 오른 것이나, 79년~80년 이란혁명 이후 제 2차 석유파동 때 유가가 40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것처럼 현재도 중동지역의 불안한 정세가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 강세가 이런 정치적 문제만으로 나타나고 있다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정치적인 부분이 가닥을 잡을 경우 유가가 예상외로 빠르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1년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했던 1월16일에 사태가 조기 수습될 것으로 예상한 투매로 인해 유가가 하루사이에 30달러에서 19달러로 10달러이상 떨어진 적도 있다. 당시는 원유 수급이 공급 초과 상태로 악재 해소에 대한 전망이 나오자마자 가격이 빠르게 떨어졌다. 그러나 현재 유가 상승은 정치적인 부분 이상으로 내면적인 상승 요인을 갖고 있어 가격 하락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원유의 수급과 관련한 문제는 세 가지인데 첫째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대응과 재고량이다. 9월19일 OPEC가 현행 하루 원유생산량 2,170만 배럴을 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은 유가가 20일 동안 계속해서 배럴당 28달러를 넘을 경우 하루 50만 배럴을 증산하겠다는 기존의 공언을 어긴 것이다. 이렇게 세계 원유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OPEC가 증산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현재 생산량이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충분한데다 미국ㆍ이라크 전쟁의 리스크 때문에 유가가 일시적으로 올라갔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가격이 이상 급등한 만큼 다시 급락할 가능성도 있는데 섣불리 증산을 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OPEC를 통한 증산은 다음 장관 회담이 열리는 오는 12월까지 기다려야만 하게 됐다. 공급 확대 무산 이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이 재고량 감소다. 10월 현재 원유 재고량은 2억8,500만 배럴 수준이다. 원유 및 석유 상품 재고량이 낮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이 수치가 지난해 3월 기록했던 원유재고 최저치 2억 7,500만배럴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수요 증가 요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4ㆍ4분기 세계 원유 수요는 전분기에 비해 하루에 160만 배럴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반구의 날씨가 추워지고, 미국의 강력한 휘발유 수요와 같은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가 증가한다면 가격이 떨어질 수 없다. 세 번째는 공급 능력 감소 요인이다. 현재 OPEC 회원국들의 하루 초과 생산능력은 200만 배럴로 11년 전 걸프전이 시작될 때 500만 배럴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초과 공급능력이 줄어들 경우 유가가 급등하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를 보면 현재 유가 상승은 미국ㆍ이라크 전쟁 가능성이라는 단순한 구도이상으로 몇 년 전부터 계속되어 온 수급 불안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유가도 갑자기 하락하기 보다 일정기간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유가 상승이 우리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20년의 경험을 통해 보면 유가가 오를 때 유가 상승이 기업 이익 감소로 이어지기까지 대략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기업마다 비축 분이 있어 그나마 충격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차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이 주식시장에 나쁜 영향을 준 것만은 틀림없다. 원유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후 8개월 동안 주가가 집중적으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유가가 강세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주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원가 중 원유 투입비중이 높은 화학, 정유, 시멘트, 철강업종 주가가 가장 민감했다. 정유업은 국제 유가가 선물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원유가격이 올라가는 초기에는 약간의 초과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제품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로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된다. 시멘트와 철강은 업종 성격상 에너지를 대규모로 사용하기 때문에 주가가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기업 이익 감소가 현실화되기 이전에 주가가 먼저 떨어지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항공을 포함한 운송업종을 꼽을 수 있다. 비행기와 선박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 석유인 만큼 충격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도 유가가 30달러에 육박하면서 가장 많이 하락한 업종이 항공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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