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로또 판매점 늘리기


매주 토요일 오후8시40분께면 마법의 창이 열린다. 이 순간만큼은 빚내 집 사고 전세금 마련하느라, 자식 진학걱정 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잊고 순간이나마 '인생역전' '일확천금'의 무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된다. 이 달콤한 꿈을 꾸기 위해 많은 서민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가는 것도 모른 채 한다.


△로또 또는 복권은 태생부터 정부의 재원 확보라는 목적에 충실했다. 구멍 난 국가 재정을 메우기 위해, 또는 식민지 수탈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신분상승을 향한 서민의 꿈은 철저히 이용당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황폐해진 로마를 복구한 것도,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은 것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 16~18세기에는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종교까지 동원했다. "왕국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라는 영국 홍보전단은 그래도 나은 편. 프랑스는 아예 복표에 "신께서 당신을 선택하셨노라"는 문구까지 새겨놓았다.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이 '고통 없는 세금'이라 표현한 것은 애교에 가깝다.

관련기사



△우리라고 다를까. 해방직전 일제가 최초로 발행한 '승찰(勝札)'을 시작으로 해방 후 '올림픽 후원표' '주택복권'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적자 재정을 메우고 국책사업자금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나 거액 자산가가 복권을 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모든 참여자는 814만5,060분의1이라는 확률에 희망을 판 서민들이다. 그래서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니버트는 저서 '복권의 역사'에서 "가난한 이들의 꿈에 세금을 매긴 수탈"이라고 정의하지 않았나.

△정부가 내년에 로또 판매점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모양이다. 인구 대비 판매점 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란다. 판매 수익금을 소외계층 지원에 쓴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하지만 복권 수요층이 중산층 이하임을 감안할 때 이들의 주머니를 털어 저소득층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새로운 복권 발매 소식도 들린다. 골치 아프게 조세 정의니 부의 재분배를 따지지 않고도 잘도 팔리는 게 로또며 복권이니 자꾸만 늘리고 싶을지도 모르겠으나 사행심을 조장하는 정부라니….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