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원자력발전소] 잦은 고장... 안전 `빨간불'

원자력발전소에 「빨간불」이 켜졌다.국내 원자력발전소가 최근 잇따라 고장을 내면서 안전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몇 개 사고는 인재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원전의 잦은 고장을 「무분별한 구조조정」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잇따른 원자력발전소 고장 지난해 원자로 정지는 모두 11번 일어났다. 원자로 1기당 0.8번의 정지. 세계적으로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는 벌써 8번이나 원자로가 정지했다. 이대로 나간다면 예년의 2배에 달할 전망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외국보다 크게 높은 것은 아니지만 예년과 비교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고장은 영광 원자력발전소다. 영광 원전 3호기는 지난 9일 주급수펌프가 고장나면서 원자로가 정지했다. 지난 4월30일 울진 원전에서 일어난 사건의 주범은 새우였다. 바닷물을 냉각수로 이용하는 울진 2호기는 이날 오전 갑자기 새우떼가 몰려들어 순환 펌프가 정지했다. 울진 원전은 새우 등 해양생물을 막기 위한 그물망 일부를 교체하던중 갑자가 새우떼가 몰려들어 사고를 냈다. 앞으로 그물망을 한 개씩만 교체하겠다는 것이 발전소의 설명. 「왜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나」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방심이 부른 「인재」였다. 가장 어이없었던 고장은 3월23부터 29일까지 6일동안 무려 5차례나 원자로가 정지했던 영광원자력발전소 2호기였다. 운전원들이 절차서를 준수하지 않는 등 안전불감증이 일으킨 어이없는 고장이었다. ◇위성발사 실패와 원전 고장의 유사점 전문가들은 원자력 발전소의 고장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위성 발사 실패와 닮은 꼴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위성 발사 성공률은 최근 데이콤의 오라이온 위성이 실패하는 등의 여파로 95년 이후 처음으로 80%대로 낮아졌다. 항공우주산업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 한국항공우주연구소 류장수 박사는 『항공우주 업계에서 M&A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벌어지면서 엔지니어가 줄고 이들의 사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만개의 부품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큰 고장으로 이어지는 로켓 발사 시스템 자체가 구조조정의 여파 속에서 휘청거리고 있다는 뜻이다. 원자력발전소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올들어 갑자기 늘어난 원전 고장에 대해 「IMF에 따른 구조조정」이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전력에서는 원전 운전원이 올들어 6조 3교대에서 5조 3교대로 줄었다. 외국은 최소한 6조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원전에서 일하는 과장이 다른 곳의 과장보다 기껏 30만원 더 받는 것으로 안다』며 『힘든 일에 비해 대우가 높지 않아 조종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마찬가지다. 91년 당시 우리나라의 원자로(건설중인 것 포함)는 11기였다. 이때 안전기술원의 직원은 307명. 99년 현재 원자로는 20기로 늘어났지만 직원은 오히려 270명으로 줄었다. 안전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감독하고 싶어도 할 여력이 없다』며 잇따른 원전 고장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담당 부처인 과기부도 최근 원자력 관련 부서가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원전 사고를 막으려면 원전에 최고의 기술자가 올 수 있도록 보수·근무조건 등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연 기자 DREA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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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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