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의 김 모 과장. 그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하면서 회사로부터 받은 주식의 가격이 크게 올라 주식을 현금화하면 1,500만원 정도의 돈이 생기는 데, 이를 어디에 써야 할지 아직 정해지 못했기 때문. 김 과장은 “주식 일부를 팔아 부모님 효도여행을 보내드리거나 중고차를 하나 사려고 한다”며 “주가가 앞으로도 더 오를 것 같아서 나머지 주식은 더 갖고 있을 계획”이라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대한전선 임직원들이 어느 해 보다도 ‘따뜻한’연말을 맞으며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종업원지주제(ESOP) 덕분에 연봉이 2.5배나 상승하는 효과를 누리며 선진 노사문화 개척의 과실을 누리고 있는 것.
1일 대한전선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하면서 회사가 모든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각자 연봉의 50%가량에 해당하는 주식의 가격이 지급 당시 보다 1.5배 가량 올라 각 임직원들의 연봉이 종업원지주제 도입 전 보다 무려 2.5배나 상승했다.
대한전선 노조는 지난해 향후 5년간 임금협상권을 사측에 위임했고, 경영진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모든 임직원들에게 각자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의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했다. 이는 대한전선 전체 지분의 3%에 육박한다. 당시 대한전선 임직원들이 취득한 주식의 가격은 1만700원으로 1인당 평균 보유 주식은 1,250주. 1년 반 정도 지난 현재 대한전선의 주가는 당시 보다 150%정도 오른 2만5,000원대여서 임직원들은 종업원지주제 도입 전 보다 평균 3,125만원을 더 받게 됐다.
대한전선은 이외에도 최근 직원 1인당 100만원 가량에 달하는 첫 배당도 실시해 임직원들은 짭짤한 ‘가욋돈’을 챙기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받았던 주식의 절반은 지금 당장이라도 현금화 할 수 있지만, 실제 주식을 판 임직원들은 거의 없어 도입 당시 기대했던 주인의식 고취 및 성과공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대한전선은 노사는 종업원지주제, 임금피크제, 정년 연장 등 모범적인 노사상생 정책을 잇달아 도입해 새로운 노사관계의 지평을 열고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제조업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만 50세 이상의 근로자들의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만 57세 정년을 보장하기로 했다. 전선사업이 정체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를 위해 노조가 고통분담 차원에서 먼저 임금피크제를 제안한 것이다. 노사는 올해 초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말 정년을 만 59세로 2년 더 연장키로 합의했다.
한 노조관계자는 “회사가 잘 되야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회사가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할 때까지 노사는 상호간 최선을 다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관계자는 “노사간 믿음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생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임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높이고, 성과를 함께 공유하겠다는 노사간의 협력정신이 이제 열매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