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이툰 부대원의 '望父歌'

"임종도 지키지 못한 불효자, 아버지 유언에 따라 임무를 끝까지 완수하고 무사히 귀국하겠습니다"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서 평화재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자이툰부대 중대장 이승용(학군 37기.30) 대위는 아버지 고(故) 이도희(55)씨가 운명했다는 소식을 8일이 지나서야 듣고서 눈물을 쏟았다. 2년전 한국통신에서 정년퇴직한 뒤 처남이 운영하는 제약회사에서 이사로 근무하던 이씨는 교통사고를 당한 처남을 대신해 회사를 운영하다가 9월17일 과로로 쓰러졌다. 안타깝게도 추석날 아침 이씨는 숨을 거뒀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 대위에게 알리지 않고 장례를 치렀다. 생전 아들이 장교로파병부대원으로 선발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운명 직전에도 '타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아들에게 마음의 짐이 되니 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이 대위는 추석 아침에도 어머니 안민자(55)씨와 아내, 쌍둥이 아들과 통화를 했으나 가족들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이툰부대에 함께 근무했던 선배인 정용훈(31) 예비역 대위가 부대 인터넷 홈 페이지에 '군인인 아들의 임무를 걱정한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상주 없이 장례를 치렀다'는 사연을 올리면서 이 대위도 알게 됐다. 어머니 안씨는 "힘든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아들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비밀로 했는데 안타깝다"며 "몸 건강히 무사히 귀국하는 것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이툰부대는 이 대위를 위로하고 청원휴가를 권유했으나, 이 대위는 "귀국할때까지 평화재건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효도의 길"이라며 "내년 귀국 후 아버지 묘소를 찾아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를 무릎꿇고 빌겠다"면서 눈물을 훔쳤다고 부대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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