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13일] 몽골제국과 실용의 힘

전쟁의 달인들이 있다. 역사를 보면 알렉산더대왕, 한니발, 시저, 칭기즈칸, 나폴레옹 등은 거의 패배가 없다. 이들 중 가장 뛰어난 인물로 칭기즈칸을 꼽을 수 있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낸 업적이고 역사상 가장 넓은 나라를 정복했으며 당대에 머무르지 않고 몇대에 걸쳐 정복사업을 계속해나갔다는 점에서 그렇다. 태평양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광활한 땅을 정복한 민족은 몽골을 제외하고는 전무후무하다. 그나마 프랑스 왕이 보낸 사신에게서 더 이상 초지와 양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쓸모 없는 땅이라고 판단해 좀 더 서진하지 않고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유럽 입장에서는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공포에 떨던 유럽이 구출된 데는 갑작스러운 칸의 죽음으로 본국에서 벌어진 왕위계승 싸움도 일조했다. 칭기즈칸의 장손자인 바투가 유럽 전선에서 몽골의 수도인 카라코룸으로 귀환하는 데 불과 두달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도상으로 당시 이동거리를 보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싸움이 끝나고 다시 말을 달려 되돌아오는 것을 보면 더 황당하다. 이렇게 큰 몽골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신출귀몰한 기마술과 궁술은 무거운 철갑을 두른 중세 유럽의 기사가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구조적 요인이다. 하루에 수십㎞를 가도 지치지 않는 굵은 발목의 조랑말은 광범위한 정복전쟁에 가장 알맞은 선택이었다. 굶주림에 익숙한 몽골군은 마유와 말린 고기포만 있으면 몇달이고 이동이 가능하다. 정착지가 없는 유목민족이라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그러나 몽골의 정복역사를 보면 이것으로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 초원에서 뿐만 아니라 공성전에서도 승리했고 싸움에 강한 이란인ㆍ아랍인ㆍ터키인들을 다 어렵지 않게 정복했기 때문이다. 그 비결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몽골의 실용주의. 칭기즈칸은 교역을 중시하고 외국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또 정복지마다 기술자는 별도로 가려내 새로운 기술을 흡수한다. 이것이 새로운 군사정보의 입수와 신무기 개발로 이어져 낯선 지역에서도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용과 개방의 중요성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부존자원이 없고 끊임없이 신기술 개발과 신시장 개척이 필요한 나라에는 더 그렇다. 몇백년을 이어오던 몽골제국도 결국 대포와 총기의 등장과 함께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자 몰락한다. 경제위기에 처한 우리나라가 단기경기대책에 집중하면서도 첨단기술개발과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에 힘을 쏟는 것도 이것만이 궁극적인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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