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르네상스를 열자] 돈을 돌게하자

(申元植 한국무역협회 상무)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대폭적인 원화의 대폭적인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40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수출침체의 주된 원인을 해외시장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야기된 금융상황의 악화가 상당부분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IMF체제 1년을 맞고 있는 지금 우리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미국, 일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3대 시장에서 크게 줄어 근래들어 가장 낮았던 97년의 점유율을 밑돌고 있다. 특히 원화절하에 따른 잇점까지 감안하면 우리는 IMF 이후 경쟁국에 상당부문 해외시장을 빼앗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고금리와 긴축정책, 금융기관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수출산업기반이 약화된 것이다. 금융은 기업의 혈액순환계통이다. 특히 수출은 바이어 발굴에서부터 제품개발, 원자재조달, 생산, 선적, 수출자신용 및 대금회수에 이르기까지 자금회임기간이 길고 판매단위도 커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지원이 원활하지 못하면 자연히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그동안 수출촉진을 위해 분기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업계의 애로를 듣는 한편으로 다양한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고금리와 자금난 해소를 위해 한국은행의 총액대출한도확대, 수출보증기관에 대한 재정지원 강화, 무역어음제도의 활성화, IBRD(세계은행) 자금의 원자재 수입지원, 수출신용장 전액보증, 수출입은행 자금지원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거의 다 활용했다. 그런데도 자금은 은행권에서 맴돌고 업계로 환원되지 않아 무역업체들은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이는 정책을 실천하는 금융권의 입장에서 볼 때 BIS의무비율의 유지, 부실대출에 따른 책임문책 등에 대한 부담 때문에 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대출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데 기인하고 있다. 정부는 급기야 금융경색에 따른 수출침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방침아래 지난달 산자부, 재경부, 금감위 등 일선 집행책임자로 구성된 수출비상대책반을 구성, 수출주문을 받고도 자금부족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업체의 애로를 건별로 해결하고 있다. 비록 이 조치는 조그만 시작에 불과하지만 해결건수가 많아질수록 금융권의 여신운영자세가 전향적이고 미래성장 지향적인 자세로 바뀌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자세전환이 선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대책반의 권유에 의해 자금이 집행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대출책임자 면책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구조조정과 긴축을 통해 경제의 거품을 제거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다만 수출산업은 우리경제의 미래를 여는 소프트 인프라산업이므로 구조조정과 수출정책이 다소 상충된다 하더라도 국부의 순증(純增)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 수출주문을 받은 업체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유무나 과거 실적, 재무구조에 대한 검토도 중요하지만 수출능력과 실현가능성을 중시해 자금지원을 해주는 관행을 정착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신용경색을 해소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BIS의무비율의 합리적 조정, 국제금리인하, 개도국 부채경감등 경기부양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를 이끌어 내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금리인하, 달러화 약세, 국제원자재가격 하락 등 이른바 신3저의 호기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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