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논의 10월께 본격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최대쟁점 <br>美선 한반도 비핵화등 내세워 불허 가능성 <br>"평화적 이용 전제 일본식 모델 받아낼 필요"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포함하는 고리 원자력발전단지 모습. 한국의 원자력산업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오는 10월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을 위한 핵 주권 회복 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 논의가 오는 10월을 전후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국은 10월 워싱턴에서 제30차 한미 원자력공동상설위원회를 개최한다. 양국은 이 회의의 공식 의제로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가 꾸준히 이 문제를 거론해온 만큼 비공식적으로라도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원자력협정이 어차피 2014년이면 효력이 만료돼 개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양국 정부가 10월께 이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원자력협정의 핵심 내용은 핵물질(핵 연료, 사용 후 핵연료 등)과 원자력 관련 핵심 기술에 대한 통제 및 관리를 위해 미국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지난 1973년 3월19일 발효 이후 2014년 3월로 그 효력이 만료된다. 만료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늦어도 2012년까지는 양국의 협정문안 확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 ◇원자력산업 발전 위해 개정은 필수=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발전용량 기준으로 세계 5위, 상용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준으로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핵물질과 원자력 핵심 기술 부분은 독자적으로 개발하거나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이러한 제약의 핵심은 바로 한미 원자력협정이다. 핵물질은 원자폭탄과 같은 군사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제약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이 국내 또는 해외에 우라늄 광산을 확보했을지라도 한국 독자적으로 핵연료를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라늄 광석을 미국이나 프랑스 등 다른 국가에 보내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저농축 우라늄으로 전환해 와야 한다. 당연히 농축이나 전환 등에 필요한 비용을 해외에 지불해야 한다. 또 사용하고 남은 사용 후 핵연료 역시 원자폭탄의 재료인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이를 재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이 핵 주권이라는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 민간산업적 측면에서 원자력기술을 수출산업화하려고 해도 한미 원자력협정의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협정의 개정이 시급한 셈이다. ◇평화적 이용 전제로 한 일본식 모델이 바람직=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통해 우라늄 원석으로부터 핵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사용 후 핵연료를 재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1978년 제2차 원자력위를 시작으로 1996년까지 약 5차례에 걸쳐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미국 측에 요청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현재 유효한 한미 원자력협정은 1972년 체결된 것으로 이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매년 개최돼온 원자력위에 공식 의제로 상정하거나 외교통상부가 이 협정의 미국 측 주관부처인 미 국무부를 통해 개정을 요청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개정이 논의될 경우 일본의 원자력협정 개정을 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역시 미국과의 협정으로 한국과 같은 처지였지만 1977년부터 16차례에 걸친 국가 정상급 협상을 통해 1987년부터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일본은 핵무기 보유국이 아니면서도 유일하게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으며 한국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일본과 같은 협정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식 '모델협정' 극복 필요=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 논의가 한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은 1978년 이후 세계 각국과 체결해온 원자력협정을 '모델협정'을 기초로 추진하고 있다. '모델협정'은 미국이 다른 국가와 체결하는 원자력협정에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하는 9개 조건을 명시하고 있으며 9개 조건을 토대로 보면 1974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보다 미국의 통제권이 더 강화된다. 개정 논의가 이뤄지면 미국은 모델협정을 토대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 확실하다. 또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 억제 등으로 한국의 핵물질 재처리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또 다른 걸림돌은 한국이 내세우는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재처리 기술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은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를 건식으로 처리해 재활용하는 기술로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 추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러나 미국이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재활용 기술이 아닌 기존의 화학적 재처리와 동일한 것으로 본다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개정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 분야의 한 전문가는 "현재 청와대를 중심으로 외교통상부ㆍ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 관계부처와 과학자들이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일본식 모델이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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