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철도노조 파업을 계기로 전국 철도를 경쟁체제로 분할 운영하는 방안이 본격 논의된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서울·수도권의 도시철도가 서울메트로(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 등으로 분리 운영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대해져 자칫 방만하게 운영될 수 있는 조직에 효율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특히 거대노조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분석돼 관심을 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철도 선진화를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그동안 철도 공사화, 철도청 체제, 민영화 철회, 다시 공사화 등 논란이 많았으나 철도 경쟁체제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철도 선진화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구간별로 철도 사업자가 달라 100여곳이 넘는 업체가 경쟁을 벌이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서울·수도권의 1~8호선 구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독점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정 장관은 "그동안 철도가 파업을 하면 그에 따른 파장을 염려해 노조의 요구에 쉽게 응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후유증만 커지며 철도 선진화에 걸림돌이 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코레일은 직원 수가 3만800여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공공조직이다. 이에 따라 KTX와 새마을·무궁화호 등 여객열차와 화물수송을 담당하는 물류구간을 분리하거나 경부선ㆍ호남선ㆍ영동선 등 지역별로 조직을 분리 운영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그러나 정 장관은 "철도 경쟁체제 도입이 '민영화'를 뜻하느냐"는 질문에 "철도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측면이지 민영화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민간사업자의 제안을 받아 철도를 건설하고 민간이 운영한다"며 "앞으로 좀 더 정리된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 장관은 선진화와 관련해 "일본의 철도를 보면 인건비가 매출액의 30%대에 불과한 반면 우리는 57~58%로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에 지출되는 등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인원감축뿐 아니라 첨단 고속철도에 맞게 오래된 운영 시스템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은 5,000여명 수준의 인원감축 계획을 가졌으나 노조는 KTX 경부선 2단계 구간 개통에 필요한 인력 등을 충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정 장관은 "철도공사의 적자가 올해 6,000억원, 누적적자가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도 철도가 제대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이번 8일간의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액을 92억여원으로 추산했다. 정 장관은 "앞으로도 철도 파업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며 "(파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징계나 손해배상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