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석 '신씨화로' 사장 "첫째는 차별화 둘째는 끝없는 변신이죠"<br>테이블 최적 높이 연구…웃옷 담는 바구니 비치<br>서비스 차별화로 9개 브랜드 50개 점포로 확대<br>성공 후에도 와인·재즈음악 등으로 고급화 전략
| 김원석 대표가 서울 청진동 ‘참이슬본가’ 매장에서 ‘참이슬’소주를 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자신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신씨화로로 성공한 그는 참이슬본가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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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요? 벌려고 덤빈다고 해서 벌리는 게 아니지만 우선 남들과 달라야 하죠.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합니다.”
김원석(43ㆍ사진) ‘신씨화로’ 사장은 ‘튀는’ 사업가다. 턱수염을 기르고, 정장보다는 캐주얼 복장을 즐겨 입는다. 하지만 음식 얘기만 나오면 눈빛이 달라지고 침이 튀긴다.
김 사장은 현재 30여개의 매장이 있는 신씨화로를 비롯해 ‘황금돈’ ‘금부집’ ‘화풍정’ ‘춘산’ ‘광면’ ‘앤트스텔라’ ‘참이슬본가’ ‘두화원’ 등 9개 브랜드 5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선배와 동업으로 서울 청진동에 신씨화로를 낸게 2003년 2월이니 불과 5년만에 거둔 성과다. 정확하게 밝힐 수 없지만 5년 동안 족히 수십억원은 벌었다고 했다.
성공비결에 대해 그가 꼽은 키워드는 한마디로 ‘차별화’다.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것.
김 사장이 키워낸 대표 브랜드인 신씨화로는 통나무와 벽돌로 마감한 세련된 매장 인테리어를 갖추고 손님들에게 고풍스러운 참숯화로에 고기를 구워먹도록 했다. 허름한 청진동 해장국 골목이어서 그런지 신씨화로의 ‘모던’한 인테리어는 더욱 튀어 보인다.
“창업자금이 모자라서 목재를 사와서 인테리어를 거의 직접 했습니다. 겨울에 공사를 하는 바람에 손등이 터져 피가 흐를 정도로 고생했죠. 그래도 대충대충 하지 않았습니다. 테이블과 의자의 높이가 각각 70cm와 43cm일 때 손님들이 가장 편안해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렇게 만들었죠.”
고깃집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냄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제배연 후드를 달아 손님들의 옷에 냄새가 배는 것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테이블마다 바구니를 배치해 손님들이 웃옷을 벗어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신씨화로의 이 같은 차별화는 김사장이 일본과 국내를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했던 경험이 토대가 됐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을 휴학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김사장은 막노동과 보따리 장사를 하며 돈을 벌었다. 일본을 자주 오가면서 음식문화에 눈을 뜬 그는 많게는 하루에 15~20군데의 음식점을 다니면서 앞선 매장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연구했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이 열렸던 것은 아니다. 국내에 들어와 매점, 빵집 등을 차려 일본식 서비스를 접목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신씨화로 역시 초기 6개월간은 적자가 나거나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정도였다. 입지 때문이었다.
“청진동은 해장국 골목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젊은층 보다는 중장년층이 많이 찾죠. 신씨화로는 20~30대가 주타깃이기 때문에 청진동과는 잘 맞지 않았죠. 하지만 여러 식당을 운영하면서 쌓은 내공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청진동에다 매장을 냈습니다. 청진동에서 성공해야 다른 곳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역발상이기도 했고, 일종의 오기이기도 했죠.”
다행히 인근 직장인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늘더니 7개월째부터 매출이 껑충 뛰기 시작했다. 김사장은 서소문동 등 오피스타운을 중심으로 직영매장을 늘렸다. 가맹문의도 잇따라 2년만에 매장 수가 40여개로 늘었다.
신씨화로가 성공을 거두자 유사 브랜드가 많이 생겨났다. 김사장은 후발 브랜드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했다. 지금은 웬만한 음식점에서 와인을 팔지만 신씨화로는 일찍부터 와인판매를 시작했고, 매장에 재즈 음악을 틀게 하는 등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다.
김사장은 창업초기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으면서 ‘왜 남겼을까’를 수없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았다. 지금은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전국 각지의 유명 음식을 먹어보고 메뉴를 연구한다. 그는 신씨화로가 손님들에게 내놓는 음식이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월등한 수준은 아니라며 “허름한 시골 식당의 된장찌개를 맛보고 좌절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그 맛을 추구하면서 기존 메뉴에 식상해진 고객들에게 새로운 메뉴를 계속 선보여야만 신씨화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김사장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전개하는 브랜드는 ‘참이슬본가’. 참이슬본가는 국내 최대 소주회사인 진로가 참이슬 소비자와의 친밀도를 높이고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 도입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점포 운영을 담당할 파트너를 찾던 진로는 적임자로 김사장을 선택하고 가맹사업을 맡겼다.
김사장은 구이숯으로 참이슬 소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대나무를 사용하고, 매장 인테리어도 대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오죽(烏竹)으로 꾸몄다. 심지어 숟가락, 젓가락, 수저받침 등도 대나무를 사용하는 등 참이슬 브랜드 이미지와의 통일성을 꾀했다. 지난 3월 청진동에 1호점을 낸데 이어 6월과 9월 청담동과 홍대입구 등 젊은층 고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진로는 참이슬본가를 통해 소주판매와 브랜드 홍보효과를 거둘 뿐 점포 수익을 가져가지는 않는다. 수익금은 신씨화로 몫이다. 김사장은“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이 자주 매장을 들러 격려해준다”면서 “진로 같은 대기업에서 작은 규모의 외식업체를 믿고 운영을 맡긴 만큼 투자한 기업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