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주가 방어를 위한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사주취득 및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16곳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13곳)보다 3곳이나 많다. 자사주취득은 상장사가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고 자사주신탁은 상장사가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증권사에 자사주를 매입할 권리를 맡기는 것이다. 하루 매입물량, 취득 후 보호예수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둘 다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상장사가 많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이날 코스닥 상장사 톱텍은 주가안정을 위해 오는 5월 6일까지 3개월에 걸쳐 보통주 10만7,520주(15억원)를 장내에서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톱텍은 지난해 3ㆍ4분기 실적 부진과 유상증자 계획 발표로 주가가 지난해 11월 고점대비 31% 넘게 떨어졌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기업분할을 단행해 홍역을 치렀던 동아제약도 전날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35만주를 414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동아제약의 주가는 최근 기업분할과 관련해 주주가치 훼손과 국민연금과의 의결권 갈등이 불거지며 힘을 쓰지 못했다.
이 밖에 현금배당 포기로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던 제일기획도 지난 달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960억원을 들여 자사주 460만주를 3개월간 나눠서 매입하기로 했으며 종근당과 컴투스 , 청담러닝등도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했다.
회장님들의 자사주 쇼핑도 이어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달 장내 시간외 거래를 통해 롯데케미칼 주식 4만주를 취득했다. 롯데케미칼 주식이 저평가 됐다고 판단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내린 조치였다.
연초부터 자사주 매입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은 상장사 입장에서 자사주 매입만큼 강력한 주가 부양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민영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증시 수급 여건이 불안한 상태이고 지난해 4ㆍ4분기 실적 전망이 좋더라도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자사주매입은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상장사의 주가 부양 의지가 가장 강력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은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이날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톱텍은 10.04% 오른 1만5,350원에 거래를 마쳤고 동아제약도 3.80%오른 12만3,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6거래일만에 12만원대에 복귀했다. 연초 이후 자사주취득계획을 밝힌 상장사 16곳 중 14곳의 주가가 올랐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자사주매입이 주가에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만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투자해야지 이벤트에 몰두에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