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보건복지부는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업계와 노동계 등 관련 집단 사이의 접근 태도에 엄청난 시각차가 있는 만큼 이해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현재의 갈등이 일어나게 된 근본배경은 88년 도입 당시 `덜 내고 더 받는` 선심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과거의 잘못된 제도로 득을 본 세대가 있는 만큼 우리 세대도 같은 혜택을 봐야 한다는 논리는 사리에 맞지 않다. 소를 잃고 나서라도 고쳐야 할 외양간은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의 주장처럼 차기 연금재정추계연도 즉 5년 후 조정에 나선다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다음으로 소득대체율을 더 낮춰 국민과 기업의 추가부담을 덜어주자는 주장도 맞지 않다. 법정퇴직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가입자가 절반을 훨씬 넘는데 지나치게 보험급여율을 낮추면 국민연금은 사회보장제도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후소득보장 측면에서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혜자가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은 정부안이 소득재분배 기능을 소홀히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공적 연금 즉 군인연금이나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퇴직금 성격이 가미되어 있다고 하나 정치적 목적에서 특수직역연금에 퍼주기식 국고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장기적 재정안정화를 위해 정부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 1,600만명 가운데 지역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만큼 `유리지갑`인 직장 가입자와의 갈등 해소를 위해서 필요하다.
아울러 현재 최저 월 22만원부터 최고 월 360만원까지로 되어 있는 소득과표도 시행령 개정 때 하한선과 상한선을 높여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연금재정 기금소진 추계기간도 정부 개정안은 2070년으로 잡고 있으나 2060년부터 집중적으로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무리하게 늦춰 잡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소득대체율을 얼마나 낮추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두 세대 후의 사회 경제적 변화를 현재의 추계로만 예단해 나가는 것도 불필요한 논쟁만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부의 국민연금 개정안은 장기적인 안정을 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재정에서도 수익자 부담원칙이 보편화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연금급여율을 점진적으로 낮추되 최대한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