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기세와 불법 다운로드에 밀려 해외 직배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배사들은 경쟁적으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배급사들끼리의 연합ㆍ제휴 등 자구책을 감행하고 있다. 직배사들의 한국시장 축소가 제일 먼저 나타나고 있는 곳은 DVD 등의 부가 판권 시장. 지난 12일 20세기 폭스는 국내에서 DVD 사업을 접고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DVD시장이 불법복제 등에 밀려 갈수록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체의 설명. 폭스의 DVD는 그 동안 유통을 맡아왔던 비트윈이 맡게 된다. 이에 앞서 올 4월에는 유니버설이, 6월에는 파라마운트가 철수하는 등 할리우드 직배사의 부가판권시장 철수는 이어지고 있다. 부가판권 시장 철수와 함께 직배사들은 국내 메이저 배급사들과 혹은 직배사들끼리 연합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일 할리우드 굴지의 영화사인 파라마운트가 자사 영화의 국내 배급을 CJ엔터테인먼트에 맡기기로 했다. 이는 CJ와 파라마운트 계열사인 드림웍스의 투자관계 때문이지만 영화계에서는 이를 두고 “해외 직배사의 최초의 투항”으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이에 따라 유니버설과 파라마운트의 국제연합배급사로 지난 1988년 ‘위험한 정사’를 첫 배급하며 국내시장에 들어왔던 UIP 코리아는 12월 31일자로 자동으로 공식 해체된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에는 직배사인 소니와 브에나비스타는 한국 내 영화 공동배급을 결정한 바 있다. 직배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일차적으로는 한국 영화의 기세 때문. 이미 한국영화에 밀려 20% 정도의 점유율에 불과한데다 올해는 할리우드의 전통적 성역과도 같았던 여름 영화 시장까지 ‘괴물’에 초토화 당했다. 불법 다운로드의 영향도 크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불법 복제에 따른 영상물의 경제적 손실은 약 2,725억원. 이중 적지 않은 부분이 할리우드 직배 영화들의 피해다. 11월에 12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1위를 차지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경우 개봉 이전부터 P2P사이트를 통해 영화파일이 공공연하게 유통, 극장 관객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불법다운로드는 영화개봉이 부진될 경우 추가수익을 노릴 수 있는 부가판권시장까지 죽여 영화개봉의 위험성을 높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직배사들은 전세계 동시 개봉이 가능한 블록버스터영화가 아닌 경우 국내배급을 망설이기 일쑤다. 예전과 달리 액션 대작을 제외한 멜로ㆍ드라마 장르의 할리우드 영화의 극장 개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 국내 할리우드 직배 시장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화계에서는 직배사들이 당장 철수는 하지 않더라도 쇼박스, 롯데시네마 등 재벌기업 계열의 국내 메이저 배급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생존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