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고마운 옥수수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축산 농가에서 재배하는 옥수수보다 수확량이 두 배 이상 되는 사료용 슈퍼 옥수수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국내 축산 농가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산물 개방으로 드리워진 축산 농가의 깊은 시름을 다소나마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이가 지긋한 기성세대들은 어릴 적 옥수수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변변한 군것질할 것이 마땅치 않았던 그 시절에 옥수수는 중요한 간식거리였다. 학교에서는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옥수수가루로 만든 빵을 나눠 주었다. 도시락을 싸온 학생들은 옥수수 빵과 도시락을 바꿔 먹기도 했다. 옥수수 빵을 다 먹지 않고 남겨서 집으로 가져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렸을 때 집안의 살림이 곤궁한 때가 있었다. 어머니는 어느 날 큰 양은그릇을 둘러메고 어디론가 나가셨다. 해가 지고 밤이 이슥해서야 돌아오신 어머니는 양은그릇을 내려 놓으셨다. 그 안에는 식어버린 삶은 옥수수가 몇 개 들어 있었다. 철없는 동생들은 서로 먹겠다고 다투면서 금새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치웠다. 어머니가 시장에 나가 옥수수를 삶아 팔아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날 이후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까지 옥수수를 입에 대지 않았다.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교외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막히기 십상이다. 만성적으로 교통정체가 있는 거리에는 옥수수를 파는 노점상이 눈에 띈다. 여인네들은 길게 늘어선 자동차 사이를 이리저리 비집고 다니면서 비닐봉지에 담은 삶은 옥수수를 팔고 있다. 배고프고 굶주렸던 시절에 우리의 삶을 지탱해줬던 옥수수는 오늘날에도 생활이 고달픈 서민들에게 삶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시대를 넘어 옥수수를 밑천으로 가계를 꾸려나가고 자식을 공부시켜 키워 왔다. 가난을 모르고 자란 젊은 세대들은 옥수수를 건강식으로만 생각할지 모른다. 최근에는 옥수수 수염으로 만든 음료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방에서는 옥수수 수염이 이뇨제 기능을 하여 신장염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거기에다 가축들에게는 싼값에 옥수수를 배불리 먹일 수 있게 됐으니 옥수수에 대해서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삶은 옥수수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