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과학기술원 김양한 교수팀은 특정 개인에게만 소리를 들리게 하는 '음향집중형 개인용 음향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소리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고 사용자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만든 장치다. 귀를 아프게 하는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쓰지 않아도 나 혼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 팀에 의하면 청취영역에서는 나란히 늘어선 9개의 스피커에서 나온 음파가 다른 공간 보다 20데시벨(dB) 큰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스피커의 앞부분을 0도부터 180도까지 구분한다면 스피커의 바로 정면에 해당하는 60~120도 사이에서 크게 들리고 다른 각도에서는 매우 작게 들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는 소리가 근본적으로 파동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2개 이상의 파동은 서로 섞여 간섭현상이 일어나는데 위상이 같은 파동끼리 만나면 커지고(보강간섭), 위상이 반대인 파동끼리 만나면 작아지게(상쇄간섭) 된다. 김 교수의 스피커는 청취영역에서만 보강간섭이 일어나고, 다른 장소에서는 상쇄간섭이 일어나도록 만든 것. 사실 소리의 간섭현상으로 소리를 제어하려는 시도는 이미 오래 전 시작됐다. 대표적인 시도가 듣기 싫은 소음을 제거하는 능동소음제거(ANC) 기술이다. 능동소음제거 기술은 소음과 반대 위상의 소음을 만들어 소음을 없앤다. 예를 들어 건축용 돌을 자르는 현장의 근로자는 엄청난 소음에 시달리는데, 석쇄기의 소음을 녹음해 이와 반대되는 위상의 소음을 근로자에게 들려준다. 최근에는 고급 승용차에도 엔진이나 바퀴와 지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제거하기 위해 능동소음제어 기술을 쓴다. 생리적으로 소리가 제거되는 현상도 있다. '마스킹효과(masking effect)'는 한 소리에 의해 다른 소리가 가려져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먼저 물을 내리고 소변을 보면 소변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음으로 소음을 덮는 것이다. 여러 소리가 섞인 시끄러운 장소에서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게 하는 방법도 있다. 사람은 적당한 소음이 있어도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는 능력이 있는데 이를 '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라고 부른다. 라이브 공연을 할 때 가수의 목소리가 반주나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 일시적으로 가수가 쓰는 마이크의 볼륨을 크게 증가시킨 뒤 서서히 감소시키면 칵테일파티 효과에 의해 청중들은 가수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