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만질수록 커지는 것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관료사회의 생리를 풍자적으로 얘기할 때 일본에서는 종종 광어나 도다리를 인용한다는 글을 읽은 일이 있다. 보호색으로 몸을 감추고 평소 물바닥에 착엎드려 위쪽만 쳐다 보다가 먹을거리가 내려오면 잽싸게 떠올라 삼켜버린다는 것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몸조심하는 공직자들은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고 해 왔는데, 근래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 한다고 총무처에 오래 몸담았었던 김용래(金庸來) 전서울시장이 전해 주었다. 엎드려 꼼짝 하지 않을 정도가 아니라, 「몸과 땅이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 몸인지 땅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정권교체시기의 세찬 바람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IMF사태로 온 나라가 난리를 치르며 퇴출·구조조정·개혁 사정(司正)등등으로 무수한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서도 복지부동·신토불이 때문인지 공직사회만은 비교적 조용했다. 계속 별 탈이 없나 보다고 했더니, 최근 정부조직개편안이 터져 나오면서 갑자기 공직사회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철밥통이 깨질지도 모르는 판국이 되었으니, 엎드려 있을 수만 없었던 것 같다. 『졸속안을 가지고 언론플레이나 한다』는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부처, 재빨리 실세정치권을 찾아다니며 애타는 호소를 하거나, 총력로비전을 펼친다는 등 야단법석이다. 급기야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유전무죄(有戰無罪)」라는 말이 있듯이 유력자는 무사고(無事故)이고, 무력자는 유사고(有事故)이다』는 제법 유식한 성토를 공공연히 하기에 이르렀다. 金대중대통령이 나서서『최종안이 아니고 민간이 건의한 초안』이라고 다독거려야 했을 정도라고 신문에 보도됐다. 집권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의견이 엇갈리고, 서울대학교 김광웅(金光雄) 교수는 「갈피 못잡는 정부개혁」이라는 신문기고를 통해『공무원 사회를 흔들어 놓은 비용만 따져도 손해가 막급한데 아까운 정부예산 41억여원까지 썼다』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정부조직개편이 소폭에 그치고, 용두사미로 끝날 우려가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누구나 효율적이고 유연한「작은 정부」가 좋다고 말한다. 지난 대통령후보 경선때는『공무원 수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열을 올린 후보도 있었다. 민간기업과 근로자의 시각으로 보면 정부가 민간기업과 근로자만 몰아친다는 불만이다. 김정길(金正吉) 청와대 정무수석은「공무원은 상전이 아니다」는 그의 책 속에서 정부개혁에 있어서는 『총론찬성·각론반대의 태도가 관료주의의 전형』이라고 통탄해 했다. 관료사회에서 우수갯 소리로 통하는 「남자의 어느 부분과 정부조직은 만지면 만질수록 커진다」는데 이번 정부조직 개편이 어떤 결말을 짓게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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