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바둑] 프로기사로 살아가는 길

요즘 「제2의 이창호」를 꿈꾸는 초등학생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막연한 환상만으로 바둑에 인생을 걸었다간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바둑도 하나의 직업. 반드시 수입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통의 프로기사들은 1년 수입이 얼마나 될까.10여년간 한국 바둑계의 정상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창호9단은 지금까지 우승상금만 30억원이 넘게 벌어들였다. 99년에는 1~6월 반년동안 5억600여만을 거머쥐었다. 98년 상금순위를 살펴보면 이창호9단 6억여원, 유창혁9단 1억9,500만원, 조훈현9단 1억5,900만원, 최명훈6단 9,810만원 등으로 정상급 기사들은 꽤 큰돈을 만졌다. 반면, 10위인 김승준6단은 수입이 2,100여만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즉 순수 대국료 수입만 계산했을 때 159명에 달하는 한국기원 기사중 오직 10명 정도만 1년에 2,000여만원 이상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6월까지 1,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기록한 기사는 11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승률이 저조한 기사의 1년 수입은 얼마나 될까. 국내 프로기전은 국제대회까지 합치면 15개 정도. 한번 출전하면 7만~40만원의 대국료를 받는다. 이들은 대부분 1회전에서 탈락하니 모든 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했다 하더라도 1년 수입이 3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프로기사들의 또 한가지 수입원은 한국기원이 주는 단(段) 수당. 단수와 근속연수에 따라 9만5,000~50만원을 받는다. 따라서 절반이 넘는 프로기사들의 고정 연간 수입은 1,000만원에 훨씬 못 미친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부업 전선에 나서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 부업거리 중 가장 많은 것은 바둑 보급과 관련된 일이다. 노영하8단, 양상국8단, 서능욱9단, 장수영9단, 백성호9단, 윤기현9단, 양재호9단 등은 바둑TV나 신문 매체에서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90분짜리 바둑TV 프로그램의 해설자로 나왔을 경우 출연료는 24만원으로서 한달 평균수입은 2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바둑팬들에게 인기가 없는 무명 기사들은 바둑교실이나 기원의 사범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일종의 「얼굴마담」인데 한달 수입은 100만원 정도이다. 또 음악가들이 레슨수입으로 살아가듯 개인적으로 바둑교습을 해주고 돈을 받기도 한다. 액수는 천차만별이다. 일주일에 2~3회 가르쳐주고 30만원부터 많게는 150만원까지 받는다. 이밖에 특이한 경우로는 신용보증기금 부지점장인 이형노4단,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인 정수현9단, 부업으로 기고하던 경마예상평이 예상외로 돈이 되자 아예 기사직을 사퇴해버린 고광명4단 등이 있다. 또 요즘에는 활황세를 탄 주식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기사도 여러명 된다고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바둑계 인사들은 『프로기사는 희소가치가 있는만큼 먹고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바둑에 충실했고 대인관계만 원만하다면 나이 들어 그 지명도를 가지고 여러 부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의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부모라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그것은 프로기사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 프로기사가 되려면 초등학교때 바둑교실 등록~원장의 직접 지도~권갑룡6단·허장회8단·김원6단 등 유명 도장에서 수업~가능성이 있다면 연구생 추천 등의 어려운 순서를 밟는다. 과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연구생의 정원은 100명. 이들이 프로기사가 될 확률은 20%도 채 안 된다. 연구생들은 거의 학교수업을 전폐하고 바둑공부에 몰두하기 때문에 만약 프로기사로 입단하지 못하면 사회 미아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최형욱 기자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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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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