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정부는 심판자가 되고 민간이 뛰게 하는 게 맞습니다. 국가는 인프라만 깔아주면 됩니다."
손병두(사진) 전 서강대 총장은 국가 시스템을 개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손 전 총장은 "국가는 시민사회가 성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가 명령하거나 규제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선진화의 목소리가 높은데 결국 선진화는 시민사회의 성숙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국가의 시스템 개조도 시민사회의 성숙에 맞추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변화가 더 중요한데 시민사회가 성숙돼야 국가의 시스템도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선진국으로 진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손 전 총장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섰지만 사회적 갈등과 자살률ㆍ저출산율ㆍ이혼율 등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기본으로 돌아가 시민의식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숙된 시민사회로 변화를 위해 3가지 방향도 제시했다. 먼저 정직ㆍ예의ㆍ도덕심ㆍ윤리의식 등 기본부터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손 전 총장은 "거짓말을 예사로 생각한다"면서 "대가족 제도 때는 조부 등이 예절도 가르쳤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결국 학교가 이를 도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학교는 경쟁만 가르치고 윤리교육이 많이 실종돼 있다"면서 "학교가 시민의식을 가르치는 교육이 돼야 시민사회의 성숙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손 전 총장은 "남에 대한 배려가 없다 보니 최근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부터 좀 더 넓게는 여야의 극한대립 등이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상생의 문화도 배려가 확산되지 않는 한 만들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준법정신을 꼽았다. 그는 "법을 지키는 게 정말 중요하다. 선진국을 가보면 작은 것 하나라도 지킨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다르다"면서 "파업만 해도 불법파업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쉽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의식의 선진화는 결국 문화의 선진화인데 국가가 준법정신이나 도덕 등 문화의 인프라를 깔아줘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