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섬유의 날] 첨단IT 기술 접목 고부가산업 거듭난다

섬유업계 재도약 '날개'<br>美·日기술력-中저임금 사이 '샌드위치' 이겨내고<br>초극세사등 경쟁력 높여 2년연속 수출 증가세<br>'美 보호정책' 대비 패션디자인 활성화등 추진도


한국 섬유업계가 재도약의 날개를 다시 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 섬유업종의 수출액은 약 138억달러로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수지 역시 39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60~1970년대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섬유업계는 중국 등 개도국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한동안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뻐를 깎는 구조조정과 기능성 섬유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을 통해 최근 들어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처럼 섬유산업이 재도약하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는 11일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노희찬 섬산련 회장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2회 섬유의 날 기념식을 연다. 이 자리에서는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금탑산업훈장)과 윤정규 영텍스타일 대표(포장) 등 총 56명의 섬유인이 각종 정부 포상과 장관 표창을 받는다. ◇누가 사양사업이라고 하는가=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시련의 시기를 거치면서 섬유산업은 일반에 ‘사양산업’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시장의 흐름을 보면 섬유산업은 첨단기술 접목을 통해 고부가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의 기능성 소재 브랜드인 ‘고어텍스(Gore-Tex)’가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고어텍스를 능가하는 섬유를 개발하는 한국 회사가 있다면 곧바로 국내 재계 순위 10위권 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고부가가치 섬유소재의 시장성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고기능 섬유는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를 능가하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예로 든 고어텍스를 비롯해 미국 인비스타 등의 ‘쿨맥스’ ‘라이크라’, 일본 도레이의 초극세사 등은 세계 소재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세계 섬유업계는 한걸음 더 나아가 정보기술(IT)과 나노기술(NT) 등을 접목해 ‘입는 컴퓨터’ ‘모자로 된 MP3 플레이어’ 등 융합제품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섬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의 혹독한 구조조정기를 거치며 고부가가치형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한 업체들만이 살아남았다”면서 “미래의 섬유시장을 겨냥한 섬유업계의 노력이 머지않은 장래에 결실을 맺을 것”으로 전망했다. ◇2년 연속 수출 증가 ‘청신호’=섬유업계의 재도약 조짐은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섬유 수출액은 지난해 7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도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섬유 수출액은 2000년 187억8,2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줄어들다 지난해 134억4,600만달러를 기록하며 7년 만에 전년 대비 증가세를 나타냈고 올해 수출은 138억달러로 2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섬유 부문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45억3,700만달러에서 올해 39억달러로 다소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한국 섬유업은 미국ㆍ일본의 앞선 기술력과 유럽의 뛰어난 패션성, 중국ㆍ베트남 등 신흥국가의 저임금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섬유산업이 재도약을 시작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올해는 중량 1㎏당 수출단가가 5.2달러를 기록해 2000년 수준을 회복했다. 노희찬 섬산련 회장은 “중량당 수출단가가 2003년 4.6달러까지 하락하다 차츰 높아져 올해 5.2달러까지 올라왔다”면서 “이는 고부가가치 상품 위주로 수출품목이 재편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한국 섬유제품들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효성의 경우 타이어 내부에 들어가는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부동의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스판덱스 시장에서도 1위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코오롱은 초극세사와 아라미드, 에어백용 섬유 소재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고 제일모직의 정장 복지는 이탈리아 제품보다 더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레이새한은 최근 중국 난퉁에 부직포 공장을 준공하고 아시아 1위로 올라서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시장을 석권해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난관은=내년 한국 섬유업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섬유업계가 그토록 숙원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아직 양국 의회에서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고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남북 경협사업 확대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국 섬유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라 중국과 함께 한국 섬유의 대미 수출도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섬유업계는 이 같은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미래 유망 분야의 경쟁력 향상 ▦글로벌 패션디자인 사업 활성화 ▦전략적 해외 마케팅 촉진 ▦구조혁신 등을 골자로 하는 발전전략을 실천해나갈 방침이다. 섬산련의 한 관계자는 “한국 섬유업은 원료 생산부터 봉제까지 균형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다 세계 최강의 IT 기술력이 최근 적극 도입되고 있고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과 인접한 것도 장점”이라며 “국제통상 환경이 다소 바뀌어도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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