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등한 시장접근' 내세워 고관세 장벽 유지<br>중국산 재료 쓰는 철강등 원산지규정 강화
[USTR 美의회 협상통보문] 상품부문 美 방어전략
한국산 섬유 등 美 시장 장악 "봉쇄" '대등한 시장접근' 내세워 고관세 장벽 유지중국산 재료 쓰는 철강등 원산지규정 강화
현상경기자 hsk@sed.co.kr
한미 FTA 협상에서 상품 분야의 경우 한국이 비교적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리 제품이 미국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 평균 관세가 3%선에 불과하지만 무(無) 관세화 되면 그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이에 따라 섬유 등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제품에 대해 FTA 발효 즉시 관세 철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덧붙여 우리는 무역구제 제도 대상도 서비스 업종까지 확대시켜 한미 FTA에 따른 피해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USTR이 미 의회에 통보한 협상 통보문에는 우리가 요구할 것에 대한 대응전략도 담겨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 입장에서 어려운 협상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내용들이 대거 담겨 있다.
◇섬유ㆍ의류, 한국 꿈 봉쇄하자 = 섬유, 의류는 FTA 체결로 우리가 가장 많은 득을 볼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섬유산업이 취약한 미국은 현재 10~30%의 고관세로 자국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협상 통보문을 보면 미국은 ‘섬유ㆍ의류 분야에서 대등한(fully reciprocal) 시장 접근 추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의 대등한 시장 접근이란 가격 측면에서 한미 두 나라의 섬유제품을 동일한 수준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 섬유제품은 싼 노동력에 힘입어 고율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은 대등한 가격 논리를 내세워 섬유 관세의 경우 한국은 철폐하고, 미국은 유지토록 한다는 전략을 수립해 놓은 상태다.
섬유ㆍ의류의 원산지 규정도 개정할 의사가 없음을 비췄다. 섬유의 경우 미국은 ‘얀 포워드’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실의 원산지에 따라 원산지를 규정하는 제도다. 미국은 이를 개정할 뜻이 없음을 협상 통보문에서 밝히고 있다.
◇원산지 규정 강화로, 중국발 수입 막자 = FTA로 저가의 한국 상품이 미국에 밀려 오는 것을 막자. FTA 체결에 따라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재료를 이용, 미국에 수출하는 꿈을 노리고 있다.
실제 우리가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철강, 섬유 등 여러 제품의 경우 중국산 재료가 상당 부분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전략은 원산지 강화다. 통보문에서 미국은 ‘원산지 규정이 무역장벽이 되지 않도록 하되 우회 수입을 방지토록 설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회수입 방지란 한국 기업이 중국산 재료를 사용, 미국에 수출하는 것을 차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FTA시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캐나다ㆍ멕시코(나프타) 산의 우회수입을 걱정해야 된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이들 국가와 FTA 협상을 진행중이다. 미국이 우회 수입 원산지 강화를 내세운 것은 우리의 이 같은 점을 활용해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해석되고 있다.
◇반덤핑ㆍ상계관세, 미국법 안 바꾼다= 한국은 FTA를 계기로 미국의 반덤핑ㆍ상계관세 제도의 완화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해 가장 많은 수입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협상 통보문에서 미국은 반덤핑 및 상계관세에 대해 국내법(미국법) 보전을 명문화 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요구할 사안에 대해서는 미리 바꿀 수 없다고 규정,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무역위원회 관계자는 “미국은 현재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강력한 반덤핑ㆍ상계관세 규정을 갖고 있다”며 “결국 이것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긴급수입 제한의 경우 ‘일정 기간 동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우 한시적으로 특혜관세를 중지하는 세이프 가드(긴급수입제한) 제도의 채택’을 담고 있다. 겉으로 보면 우리측 요구를 수용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섬유, 의류 등 우리가 경쟁력을 보유한 제품의 수입 물량 증가를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덧붙여 우리는 긴급수입 규제 대상에 서비스업을 포함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미국측 요구에 대해 협상 대응 논리를 제대로 마련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이 같은 준비를 갖췄다.
입력시간 : 2006/03/05 1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