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6월 27일] 세금, 단순할수록 좋다

‘세금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바로 남자와 여자다.’ 이 말은 세금 없는 세상을 꿈꾸는 미국인들의 유머다. ‘납세자는 바람기 있는 아내, 세리는 의처증 심한 남편’이라는 말은 납세자와 세무서를 빗댄 영국 속담이다. 세금에는 통상 세 가지 덕목이 있어야 한다. 공평ㆍ단순ㆍ간편이다. 세금은 개인의 능력에 비례해서 부과돼야 한다. 또 쉽고 간단해야 하며 납부 절차나 방법이 편해야 한다. 이 세 가지 덕목 중 제 1덕목은 ‘단순’이 아닐까. 단순한 세금은 공평ㆍ간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이라는 게 복잡하고 다양한 경제현상이나 행태를 반영하기 때문에 세금을 단순하게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잘사는 나라라고 해서 세법이 복잡하거나 세법전이 두꺼운 것만도 아니다. 세계 최대 회계법인인 PWC 조사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1위인 미국의 세법전은 5,100쪽, GDP가 미국의 3분의1인 2위국 일본은 미국의 1.4배에 이르는 7,200쪽, 10위인 인도는 9,000쪽의 세법전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4,760쪽이란다. 조사년도의 한국 GDP가 세계 11위인데 세법전 분량은 6위다. 세법이 단순해야 하는 다른 이유는 세금납부에 드는 비용이 소득에 역진적인 데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학 교수는 연봉 5,000~2만5,000달러는 세금납부에 드는 비용을 0.71%, 10만5,000~12만5,000달러는 0.27%로 추정했다. 단순화한 세금이 재정수입을 위태롭게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를 보면 소득세율 35%, 부가가치세율 10%, 법인세율 25%, 종합부동산세율 3% 등이다. 이 다양한 세율과 복잡한 감면절차가 규정된 4,700쪽에 이르는 세법전으로 연간 160조원의 세금이 걷힌다. 세율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소득세율을 10%, 모든 소비세율도 10%, 모든 재산세율을 1%로 하면 대략 140조원가량의 세금이 걷히게 된다. 20조원가량이 부족하지만 과세표준을 조금 조절하거나 간단해진 제도로 절감되는 세금납부 비용, 복잡한 세법이 주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160조원의 효과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세법을 반드시 간단하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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