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우수 학생·특성화·교사 열정 '3박자'

이화미디어고, 서울 고교중 대학진학률 9위 비결은<br>진학·취업 두토끼 매력에 상위 30% 학생 입학<br>15억원 지원 받아 미디어센터등 인프라 구축<br>방과후 수업 내실운영… 미술반 전원 미대가기도

이화미디어고 학생들이 웹디자인실습실에서 디자인 수업을 받고 있다.

58.6%.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있는 이화여대병설 미디어고(이하 이화미디어고) 2009학년도 대학 진학률이다. 서울지역 300여개 고교 가운데 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전문대(16.9%)와 국외 대학(0.8%) 진학률을 합치면 대학 진학률이 76%가 넘는다. 졸업생 10명 중 7명은 대학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특목고와 인문계고가 아닌 전문계고가 거둔 성과치고는 놀랍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4년제 대학ㆍ전문대 진학률 76.3%=올해 이화미디어고 졸업생 237명 중 139명이 국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대부분 수도권 소재 대학이다. 연세대ㆍ고려대ㆍ이화여대ㆍ서강대 등 상위권 대학에도 10여명이 들어갔다. 김병만(60) 교감은 “우수한 학생, 특성화된 프로그램, 교사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했다. 이화미디어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중학교 교과성적은 상위 30% 이내다. 상위 1% 이내에 드는 학생도 있다. 올해 신입생 입학성적은 중학교 내신 평균 상위 20%선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특성화 교육을 받으면서 대학 진학과 취업을 동시에 노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입 소문을 타고 알려졌기 때문이란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웹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미디어고에 진학했다는 홍유나(18)양은 “인문계고는 대학 입시만을 위해 공부하지만 특성화고는 공부도 하면서 다양한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다”며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취업도 같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969년 영란여상으로 출발한 이화미디어고는 1995년 정보산업고로 바뀌었다가 2004년 서울지역 최초의 미디어 특성화고가 됐다. 학령인구 감소와 실업계고 기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발 빠른 변신이었다. 특성화고로 지정되면서 3년간 총 15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아 각종 인프라를 구축했다. 2007년 완공한 이화미디어센터는 조명시설이 완비된 스튜디오와 조정실, 음향녹음실, 종합편집실, 영상편집실 등은 웬만한 대학 영상 관련학과 시설보다 뛰어난 수준이다. 기자재실에는 캠코더와 DSLR카메라 등 실습 장비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이화미디어고는 단계별 전문 교육과 산학협력기관 위탁교육, 현장체험학습 등 특성화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이 방과후 교실과 자율학습을 지도하기 위해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또 대학 교수와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교과서 개발팀을 구성해 특성화교육에 필요한 인정도서 및 전문실습 교재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인정도서 6권, 전문실습 교재 7권을 개발했다. 열정이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방과후 미술반 18명 전원을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미대에 진학시키며 ‘방과후 수업혁명’을 일으킨 임경묵(47) 교사는 “교사 스스로 직무연수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탄탄한 정규 수업을 바탕으로 방과후수업을 내실있게 운영한 것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취업률은 낮지만 성공률은 98% 달해=올해 이화미디어고 졸업생 중 48명이 취업해 20.3%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5.4%였다. 취업을 중시하는 전문계고로서는 그리 높지 않은 수치다. 대학 진학률이 높으니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화미디어고 졸업생들의 취업 성공률은 98%에 달한다. 기업체들이 이 학교 학생들의 능력과 경쟁력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정하은(19)양은 “기업들의 추천이 들어오고 있어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능경진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직장 경력 3년 이상의 전문계고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을 만드는 등 전문계고의 취업률을 높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화미디어고로서도 이 같은 정책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입장이지만 신입생의 90% 이상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상황에서 취업을 강권할 수 없는 애로점이 있다. 게다가 고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도 여전히 낮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 교감은 “미디어나 디자인 분야는 고졸 출신이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이 많지 않다”며 “전문계고도 학교에 따라 취업을 많이 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기초 전문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대학에 진학시켜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화미디어고가 미디어분야 특성화고로 자리를 잡으면서 이를 벤치마킹 하려는 학교들도 여럿 생겨나고 있다. 그 동안 특성화 교육을 위한 제반 시설을 구축하고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정부 등에 상당부분 의존해온 이화미디어고로서는 학교 발전에 필요한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2007년 9월 ‘이화미디어플러스’라는 학교기업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화미디어플러스는 렌탈스튜디오와 E-BIZ사업부, 디자인사업부, 영상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스튜디오 대여와 홈페이지 제작, 홍보ㆍ판촉물 제작, 공연 및 행사촬영 등을 통해 지난해 약 5,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익금의 대부분은 학생들의 장학금과 학교 시설 투자로 쓰여진다. 지난해에만 32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김 교감은 “올해 매출 목표를 6,000만원으로 잡았지만 상반기 매출이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 초과 달성이 예상된다”며 “학교 재정 확충과 실무중심교육 강화, 취업율 제고 등에 학교기업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