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칸쿤에서 지난 14일 폐막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사실상 결렬되면서 미국이 불공정 무역국가들을 상대로 한 보복을 강력 경고함으로써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에반스 미 상무부 장관은 15일 미 제조업의 상징 도시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경제클럽에 참석, “불공정 무역을 하는 국가들에 대한 선별 작업과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의 일환으로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팀을 신설해 외국기업의 불법 덤핑과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관행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상무부 관리들은 이번 칸쿤 각료회의 실패에 가장 큰 역할을 한 21개 개발도상국 그룹(G-21)에 대해 “이들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을 개방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놓쳤다”며 통상압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미국의 통상압력 수위는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 회복 및 실업 문제가 내년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현재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불공정 무역 거래와 아시아 각국의 인위적 환율 조정이 미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실업자 양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은 이번 칸쿤 회의 결렬로 일단 농산물 시장 전면 개방의 시한은 일시 벌었지만 다자간 틀 없이 개별협상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커져 미국의 통상압력에 더욱 노출된 상황이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