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은행(12곳)·카드사(7곳)·증권사(10곳)·보험사(20곳) 등 주요 금융사 49곳의 홈페이지 내 민원접수 건수 및 민원처리 결과 공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15곳(31%)만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 ‘민원처리’, ‘민원공시’ 등 별도의 자료 이름 없이 경영실적 등 파일에 민원 내역이 포함된 경우나, 로그인 또는 ‘개인정보 활용 동의’ 등을 거쳐야 열람이 가능한 경우는 모두 ‘공시 불이행’ 사례로 분류됐다.
지난 2012년 11월 금융감독원이 소비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금융회사들에 “민원접수 처리 건수와 처리 결과, 진행사항 등을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공시하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무려 70%의 금융사가 2년 넘게 이를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업종별로는 소비자 분쟁과 민원이 가장 잦은 보험사가 민원 현황 공개에 가장 소극적이었다.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 업계 상위 10개, 모두 20개 회사 가운데 민원 건수와 처리 결과 등을 제대로 공시한 경우는 한 곳도 없었다.
신용카드 7곳 중에서는 6곳이 민원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민원 건수를 공시한 한 곳마저도 확인하려면 홈페이지에서 ‘고객센터-고객상담-고객의 소리-민원사무편람-민원접수현황’ 등 다섯 단계나 찾아 들어가야했다.
은행업계의 민원 공시 비율도 33.3%로 12곳 중 4곳에 그쳤다.
가장 성실하게 공시 의무를 이행한 업종은 증권사들이었다. 조사 대상 상위 10개 증권사가 금융 소비자를 위해 빠짐없이 민원 내역을 공개했다.
전체 조사 대상 49곳 가운데 15곳은 공시 지침을 지켰지만 이들도 홈페이지에서 민원 내용을 쉽게 찾아볼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첫 화면 메뉴에서 민원 현황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수협은행과 현대증권뿐이었다. 나머지 13곳은 페이지를 3~5차례나 넘겨야 비로소 민원 관련 내용이 드러났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소장은 “민원 내용과 처리 결과는 소비자들이 금융사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임에도 금융사들은 단순히 민원평가 등급 정도만 공개하고 구체적 민원 내역은 숨기고 있다”며 “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해 금감원의 독려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서 ‘공시 불이행’으로 지적된 금융사들 가운데 일부는 “경영공시 사항 PDF 파일 등에 포함돼 있어 소비자가 한 눈에 찾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공시를 완전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지적을 반영해 지난 4월 이후 금융사들에게 ‘소비자포털’ 사이트를 따로 만들어 민원 관련 내역 등을 알아보기 쉽게 공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대다수의 금융사가 이 지침에 따라 현재 성실히 소비자포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하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