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급속위축…통화 신축공급등 적극대책 필요
소비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내년 경기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급격하게 줄어든 민간소비가 내년 상반기에는 더욱 감소할 예정이어서 경기하강 폭을 더욱 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연착륙을 위해서는 소비진작 대책이 시급하다. 일각에서는 통화공급 확대와 세금 감면 등 특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섣불리 시행하다간 또다시 거품을 조장하는 과오를 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통화당국의 세심한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사회분위기가 건전한 소비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변하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비의 심각한 둔화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소비가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소비자들의 경기판단을 나타내는 CSI(소비자 동향지수)는 지난 분기의 70에서 52로 급락, 98년 3ㆍ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 형태별로는 승용차ㆍ무선전화기ㆍ가정용 전기전자제품 등 내구재에 대한 지출 증가세 둔화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수용소비재 출하 증가율은 전년 동기에 비해 마이너스 8.3%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소비둔화는 내년 상반기에도 계속 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상반기 총소비 증가율이 2.6%로 어느 기관의 전망보다도 소비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해의 6.3%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내년 상반기에 경제성장률이 4%대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성택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우리 경제는 소비가 적어도 5~6%정도 증가해야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이를 밑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가 경제 성장에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가 살아야 된다
정부는 소비가 실제보다도 너무 위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경제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가 이렇게 급락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거시지표가 건실하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하기 때문에 제2의 외환위기 는 없을 것이므로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비를 살리기 위해 자금지원책과 경기ㆍ증시부양책 등을 내년 경제에 주요 거시정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소비가 살아야 기업의 생산이 늘면서 이익도 증가,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구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은행 등을 통해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도록 하고 연기금주식 투자와 근로자주식저축 등을 통해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념 재경부 장관은 "증시가 활성화되면 소비와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우리 경제가 활력을 띨 것이다"고 말했다.
◇소비진작책 논란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1차적으로는 파업과 금융사건 등으로 인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실기업 처리 등 구조조정으로 인해 내년에 실업자가 늘고 경제성장률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특단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심재웅 선임연구위원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당장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부가가치세 인하 등 세금 감면책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득의 상당부분이 소비로 바로 연결되는 중간ㆍ저소득계층의 자산이 주식하락 등으로 인해 많이 줄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줄 만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또 "정부가 세원확장과 올 상반기 경기상승으로 세금을 예상보다 많이 거둬들였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KDI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부양책이나 지원책은 신중해야 한다"며 "재정은 중립을 유지하면서 경기가 급락할 경우 금리인하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숙희 연구위원은 "경기부양책이나 세금 감면책 등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물가상승 등 또 다른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오히려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확실히 해소시켜주면 주식시장이 회복되면서 소비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