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전체에 '경제'라는 단어가 100번이나 나왔다고 하니 정치를 제1의제로 다뤘던 과거 야당 대표들과 차별화되는 신선함이 돋보인다. 그러나 그의 해법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는 선언적 성격에 치우친데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 개혁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모호하거나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문 대표 연설에 대해 야당의 역할을 찾아볼 수 없고 반성과 성찰이 빠져 있다고 논평한 것과 마찬가지로 '알맹이'가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 경제는 올해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을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다. 구조개혁 없이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론이 교착상태에 빠진 공무원연금 개혁에 문 대표가 나서줄 것을 희망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그는 이날 연설에서 "어느 일방의 희생만 강조하거나 성과에 급급해 밀어붙인다면 사회적 대타협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발언을 했다. 매양 이런 식이라면 그가 말하는 새 경제가 과연 가능이나 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래를 위한 구조개혁은 현세대의 고통분담과 양보가 있어야 가능하다. 문 대표가 이날 연설에서 유능한 정치인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외환위기 당시 누구보다 앞장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문 대표가 이런 점을 알고도 4대 구조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면 책임회피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